'한방울의 味학' 지역 넘어 세계로 진출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에 위치한 마을기업 '공식품영농조합법인'은 수출기업이다. 미국,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남아공 등 10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베트남 수출을 시작한다. 마을기업으로는 흔치 않은 사례다.

2013년 마을기업에 지정된 공식품(대표 공계순)은 들기름, 참기름, 들깨캐러멜, 들깨크런치, 들기름비누 등 제조·유통·수출하고 있다.

국내외 농식품박람회와 지역축제 참가, 무역사절단 참가 등 판로 개척에 공을 들인 결과, 인지도가 올라갔고 해외 판로가 늘었다. 이는 매출로 연결돼 수출을 통한 매출이 1억5천만원으로 국내 매출(3억6천만원)의 절반 수준에 가깝다. 공식품은 충북도내 마을기업 88곳 중 매출규모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수출에 눈을 뜨게 된 건 '살아남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2013년 중국이 첫 시작이었다. 시작은 미비했다.

"중국 수출상담회에 무역사절단으로 갔는데 수출에 대해 전혀 몰랐죠. 상담회 참가도 처음이고, 그냥 보기만 하고 한국에 왔죠. 그러다가 세번째 중국에 갔을 때 중국바이어가 아주 조금 기름을 사줬어요. 10만원, 그게 첫 수출이었어요. EMS(해외택배)로 보내줬죠."(김태정 이사)

이후 김태정 이사가 혼자 고군분투하면 직접 바이어를 찾아나섰고 컨택했고 일본, 미국 등의 수출물코를 텄다.

"인지도가 약한 마을기업으로서는 수출상담회 참가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바이어발굴도 직접 해야죠. 우리가 이런 상품을 갖고 있는데 언제 일본에 갈 예정인데 미팅하자는 내용으로 직접 연락을 하는 거죠. 미팅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김태정)

공식품이 강조하는 것은 '마을에서 농사지은 재료로 마을주민이 만들어서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품', '자연에서 배워 진심으로 만든다'라는 점이다.

신규 제품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들깨를 이용한 생들기름, 생들깨가루, 대추를 이용한 수제대추육포 등을 개발했고, 들깨를 넣은 캐러멜, 크런치, 비누 등도 개발해 유통하고 있다. 앞으로는 들깨마스크팩과 들깨콜라겐젤리, 들깨비스킷, 기능성 들깨캐러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들기름비누도 개발했는데 미백·보습이 뛰어나요. 아토피, 여드름, 상처 치유에도 좋구요."(공계순 대표)

공식품의 경쟁력으로 공 대표는 '끊임없는 시도'를 꼽았다. 들기름을 색깔있는 병이 아닌 투명한 병에 담은 것도 첫 시도였고, 깨를 볶지 않은채 기름을 짠 것도 새로운 접근이었다. 제품 다양화, 포장디자인 다양화, 제품용량 다각화도 공식품을 성장시킨 '시도'들이었다. 기름병 용량을 50㎖, 80㎖, 100㎖, 180㎖, 300㎖, 420㎖ 등 다양화하고 세트구성도 10종이 넘게 내놓았다.

"기름을 색깔있는 소주병에 넣어서 팔잖아요.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들기름을 침전물 없이 만들었고 맑은병에 넣기 시작했어요. 당시 반응이 좋았어요. 들깨를 볶지 않고 생들깨를 짜서 들기름을 만든 것도, 들깨가루도 껍질 다 벗겨서 만든 것도 저희가 처음이었어요. 깨를 과도하게 볶으면 발암물질이 생기거든요."(공계순)

"맑은병에 기름을 담은 것이 삼성그룹 회장단 선물세트로 나갔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김태정)

CI, BI, 포장디자인 개발도 직접 했다. 한복을 입은 캐릭터 '콩여사'를 개발하고 전용글씨체를 넣어 제품포장디자인, 리플릿, 홍보물 등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기름박스 중간에 절취선을 넣어 기름보관상자로 사용하게 한 것은 주부의 마음을 읽은 섬세함이 돋보이는 포장디자인이다.

공식품이 둥지를 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는 시내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마을이다. 36세대 68명의 주민 90%가 60세 이상 노인이고 소작농으로 마을자원이 부족한 여건이다. 하지만 마을에서 들깨, 참깨 농사를 지어 마을기업에 공급하고 주민들이 제품포장, 가공 등에 손을 보태면서 마을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보은군 관기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마을주민 김주관(71) 할아버지는 "축사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1~2번 들깨비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며 "이웃들이 만나고 서로 대화하면서 정(情)이 더 생겼다"고 좋아했다.

수익금의 일부를 마을에 나누기 시작했다. 1년 전 설치한 태양광발전을 통한 수익금을 인근 관기초등학교 졸업생에게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이외에 노인회 등 소외계층 돕기에도 쓰고 있다.

공식품은 2015년 6차산업 우수제품 인증, 2016년 충북우수농특산물 품질인증마크 승인, 2016년 국립농업과학원 포장디자인 우수상, 2017년 충북 무역의 날 수출기여 표창 등을 받았다.

공계순 대표·김태정 이사 인터뷰

마을기업은 마을·주민·기업 상생공동체

공계순 대표와 김태정 이사가 들기름과 들깨가루, 캐러멜 제품을 들고 있다.

"기름으로는 자신있어요. 우리 기름은 맛을 보면 딱 알아요. 우리 기름을 알아봐줄 때 기분 좋죠."(공계순 대표)

공계순 공식품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들깨향이 나고 맛이 진하지 않은 것이 공식품 제품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공 대표는 청주에서 살다가 2010년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로 귀촌했다. 관기리는 남편의 고향이다. 귀촌 초기, 노느니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된장, 청국장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들기름으로 바꾸었다.

"사람을 쓰려고 해도 이곳이 시골이라 오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직접 된장, 청국장, 고추장 만들고 직접 농사도 짓게 된거죠."(공계순)

딸 김태정 이사가 힘을 보태고 있다. 제품 개발부터 CI·BI 개발, 포장디자인 개발, 판로 개척, 회계까지 1인다역을 맡고 있다.

"깨 한 말을 짜면 30% 정도가 기름으로 나와요. 깨 품질이 떨어지면 그마저도 더 안나오고, 생들기름은 더 적게 나와요. 저희는 깐깐하게 만듭니다."(김태정)

마을기업도 지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공식품은 마을기업이 마을, 주민, 기업 모두를 상생발전시키는 공동체 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마을기업은 '엄마' 같아요. 관기리는 소 사육농가 말고는 돈벌이가 없고 밭농사만 조금 할뿐인데 마을기업이 마을을 먹여살리고 주민들간 사이좋게 지내도록 보듬는 엄마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공계순)

"마을기업은 마을에서 들기름처럼 푸근하고 윤활유 역할을 해요. 마을, 마을주민, 마을기업 모두 '상생'하는 바탕이 됩니다."(김태정)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