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은영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하버드 경영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포터에 따르면 1980년대는 경쟁전략이 우세했고, 2011년대에는 공유가치를 중요시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시대이며, 최근 2017년대부터 상생· 협업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며 '상생'에는 어떤 의미가 내포 되어 있는 것일까?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유무상생(有無相生)'에 대해 알아보자.

이는 '있고 없음이 서로 상대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란 뜻으로, 세계를 독립적인 실체가 아닌 '대립하는 것들의 관계'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샛별이 그토록 반짝이는 것은 새벽하늘이 그토록 어둡기 때문이며, 이는 빛이 그 대립 면에 있는 어둠과의 관계 속에서 밝음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일 뿐 어둠이 없다면 빛도 그 특성을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서로 대립 되는 것들이 조화롭게 짝을 이루어야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 노자의 '유무상생(有無相生)'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세상사의 원칙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노자의 사상은 이분법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관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상생을 말하면서도 흔히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쉽게 말해서 가진 것이 '있는' 측면과 가진 것이 '없는' 측면의 구도를 만들어놓고 상생을 끼워 넣으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나 희생이 불가피해진다. 결국 이러한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갈 수 없다.

이는 상생에서 상호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키워드임을 나타낸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안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호간에 주고받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혹은 '윈-윈(WIN-WIN) 전략'이 노자가 말하는 상생의 의미에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미의 상생이 실천되는 우리주변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

그 한 예로 도시와 농촌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도농상생'이 있고, 대표적으로 '팜스테이'를 들 수 있다. 이 또한 '유무상생(有無相生)'의 의미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도시민의 입장에서는 주 5일근무제의 확산으로 가족단위 여가시간과 여가비용의 지출은 확대되는 추세이다. 또한 이들은 우레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흙을 밟으며 편안함을 느끼길 원한다.

농촌의 입장에서는 농가소득 중 순수 농업소득이 약 30%를 차지하는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농업외 소득의 창출이 시급하지만 이를 위한 자금투입은 어렵다.

이와 더불어 대도시의 성장이 급진전 될수록 도시와 농촌의 교류감소로 인한 농촌의 전통문화 단절 우려와 함께 농업·농촌의 가치 전파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도시와 농촌이 '관계시장'의 키워드를 놓친다면 지속적인 도농상생을 이루기 어렵다. 팜스테이 운영이 농업외 소득에 그쳐야지 그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농업으로 교류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기회의 장이어야 한다.

결국 팜스테이는 농촌에는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민에게는 고향의 향수와 정을 느낄 수 있는 도농상생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유(有)'와 '무(無)'가 만나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때 진정한 '도농상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은영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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