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락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청주서부소방서 제공<br>

항상 반복되지만 일이 터진뒤에 내놓는 대책은 사후약방문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후속대책이 필요한 것은 같은 실수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데 수십년째 계속 되풀이되면서도 제자리걸음인 것들이 있다. 문제가 거듭되는데 개선이 안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우리사회의 산업재해를 꼽을 수 있다. 산업계가 달리진 만큼 산업현장의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기초적인 안전모·안전화·산업용마스크 등은 이제 상식이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최근 충북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만 봐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들어서만 충북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가 5명에 달한다. 올들어서는 35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발생현황을 보면 전체 산업재해도 그렇고, 사망사고 역시 지역·부문 등과 무관하다. 추락사고는 여전히 순위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거푸집이 무너지거나 작업물이 넘어지는 등의 사고도 늘 반복된다. 여기에 최근들어서는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들 사고가 낯설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 산업현장에 화학물질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잦은 발생에 맞춰 안전대책이 이어지지만 현장상황의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처럼 안전사고를 비롯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까닭으로 현장 근로자들은 사업장의 관리 부실과 편법을 꼽았다. 여기에 노동 관계자들은 근로자들의 편의위주 작업 관행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사업주와 근로자를 비롯해 현장의 안전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안전문화, 안전의식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번 근본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안전의식, 안전지식, 안전문화인 것이다. 단시일내에 답을 찾기 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장 분위기가 바뀌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의식과 문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화학관련 산업현장은 시설과 시스템이 우선이다. 산업현장 안팎으로 규제와 감시의 눈길이 필요한 것은 충북에 화학물질 취급공장이 몰려있어 현실적으로 행정조치만으로는 예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충북의 상황이 우려스러운 만큼 우리의 관심도 클 수 밖에 없다.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이 진행중인 청주시를 비롯해 충북도내 4개 지자체가 우선관리지역 상위 60곳에 포함됐다. 이 순위는 지역내 화학물질 취급량과 생산규모 등을 바탕으로 해 사고대비 계획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비·시설, 시스템은 꼼꼼하고 엄격한 관리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과 문화의 개선은 반복과 생활화로 일상에 스며들어야 가능하다. 외부가 아닌 내부의 동기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이 안전의식을 넘어선 안전지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식과 문화도 요원한게 우리의 현실이다. 단속과 처벌, 발생과 수습의 과정이 아닌 교육과 실천, 관리와 예방의 선순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당장 산재 사업장에 대한 채찍보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안전의식과 문화가 배일 수 있도록 입에 단내가 나도록 반복 지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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