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고유정과 이춘재. 올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다. 이들의 참혹한 범행으로 전국민이 치를 떨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저지른 사건이 충북 청주와 인연이 있다. 고유정은 전(前) 남편을 살해하고는 현(現) 남편의 어린 아들도 죽였다. 이춘재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강간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됐다. 이춘재는 1991년 청주를 공포로 몰아넣은 가경동 여고생 및 남주동 주부 피살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고유정과 이춘재 사건으로 청주는 '범죄도시' 이미지로 각인됐다.

두 사건의 주요 연관 검색어로 청주가 등장했다. 사건 발생지라는 이유만으로 청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쓴 채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언급됐다. 청주시민으로서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급기야 지난 9월 한범덕 청주시장이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시 한 시장은 "(이춘재를 사실상 지목하면서) A씨와 고유정이 (화성연쇄살인, 남편 살해)사건을 벌인 뒤 청주에 거주했을 뿐"이라며 "이는 (전국에서 접근이 쉬운)청주의 지정학적 이유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주가 범죄가 많은 도시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을)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도시로 유명한 청주가 자칫 두 사건으로 인해 범죄도시로 추락할 수 있다는 고민이 분출된 것이다. 한 시장 말처첨 청주는 억울하다. 마치 청주가 온갖 강력범죄를 양산하는 도시로 머릿 속에 박제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청주의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이미지는 도시 경쟁력으로 볼 때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청주를 내세울 '아이템'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부당한 이미지는 서둘러 희석시켜야 한다. 부정적 여파는 오래간다. 아직도 청주를 '크림빵 뺑소니', '4살 의붓딸 암매장', '19년 축사 노예 만득이', '딸 성추행 상담교사 살해', '대낮 터미널 칼부림 살인사건' 등과 연관짓는 사람들이 많다.

청주는 '직지(直指)', '교육', '청풍명월(淸風明月)' 등의 단어로 표현됐다. 그러나 최근 청주가 이런 이미지와는 반대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비호감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은 전국에서 이목이 집중된 각종 강력사건으로 옛말이 된지 오래다.

'청풍명월'은 전국 사업장폐기물 소각시설의 18% 밀집,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 최다(102일) 기록 등으로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현존하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는 굳걷히 지켜내고 있지만 학계에서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기록문화 창의도시' 타이틀을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각 도시마다 상징적인 이미지가 존재하다. '도시 이미지'는 사람들이 그 도시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시각적 또는 심리적 형태를 말한다. 이미지는 도시를 명품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다. 청주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바람대로 직지와 공예,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 등을 기반한 '문화도시' 이미지가 생성될까.

확실한 것은 요즘 청주는 고유정·이춘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범죄도시'에서 다소 희석됐으나 건강권을 침해하는 '소각장 도시'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주가 다시 '청풍명월' 고장이 됐으면 한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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