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 뉴시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지난 4년간 국정을 담당했던 대한민국의 제20대 국회다. 국회의원은 국가 예산을 심의하고, 법안을 만들어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고 국가경쟁력을 높여가는 일을 하라고 뽑아 준 사람들이다. 국민들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세금을 내서 그들에게 1년에 1억5천만 원씩 연봉과 많은 특혜까지 주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국회는 어떠했는가.

국회는 512조원 규모의 내년 정부예산안을 자기들이 정한 법정 처리시한을 8일이나 넘긴 지난 10일에서야 얼렁뚱땅 통과시켰다. 512조원이면 국회의원 숫자를 300명이라고 치더라도 1인당 17조원씩 심사했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예산은 곧 국정인데 그 심사를 하지 않으니 국정이 감시될 수가 없다.

국회의원의 중요한 기본 책무인 법안처리도 역대 최악이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때까지 지난 4년 동안 2만3천448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이 중 7천19건이 처리되어 법안 처리율이 겨우 30% 정도였다. 이는 지난 17대 52.2%, 18대 44.8%, 19대 42%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허구한 날 국회 문을 닫아놓고 광화문으로,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투쟁했고, 육탄전으로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장면들만 보여줬다. 그러는 사이에 하루가 급한 민생법안들은 의원들 책상 서랍 속에서 썩고 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치원3법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돼 330일간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통과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이 경제전쟁을 걸어온 데 대응하여 수출과 경제를 지키고자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육성 특별법', '소상공인기본법' 등도 잠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쌀'인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선진외국에 뒤지지 않으려는 데이터 3법은 금융·IT 등 많은 분야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본회의에 가지도 못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시급한 민생법안만 200개가 넘는다"고 말할 정도다.

더욱 웃긴 것은 그런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소위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을 만들어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상임위별로 법안소위를 월 2회씩 의무적으로 열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여야 극한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월 '2회'는 커녕 예정된 소위조차 파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니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4일 실시한 '20대 국회 의정활동 평가' 조사에서 '잘했다'는 긍정평가는 12.7%인데 비해 '잘못했다'는 부정평가가 77.8%에 달했다.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평점은 18.6점에 불과하다.하특히 대전·세종·충청 지역 주민들은 전국 최하위권인 평점 16.4점을 줄 정도로 국회의원들에게 실망이 컸다.

이제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식물 국회', '동물 국회', '역대 최악' 등 온갖 오명이 뒤범벅된 이번 국회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가 내년 총선에서 표로써 무섭게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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