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년 되풀이되는 말이지만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 않은 해가 없다. 2019년 한해도 여러 분야에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경제부터, 갈수록 퇴보하는 정치, 양극단으로 치닫는 사회적 혼란 등 어느 것 하나 우려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이같은 중차대한 과제들과 함께 올해를 보내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비록 촌각을 다투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를 좀먹는 현금성 복지가 그것이다. 장기적으로 볼때 봇물이 터지듯 만연해지고, 일상화되고 있는 현금성 복지야말로 우리사회의 암(癌)적인 존재인 것이다.

국가발전과 사회·경제적 수준 향상에 따라 복지정책은 확대되고 질 또한 높아져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비해 사회적 보장체계가 뒤떨어졌고, 소득 양극화 등에 따른 문제점이 곳곳에서 불거지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은 OECD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기도 하다. 또한 그동안의 복지 강화 정책들이 빈곤층 등 하위소득 계층의 분배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즉 복지강화는 시대적 요구이며,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복지 확대가 꼭 필요하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주는 현금성 복지에는 커다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참여에 따라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적 복지와는 달리 무차별적 수혜로 인해 한번 시행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시행 초기에 비해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분석과 면밀한 검토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정책을 이어야 할 다음 정부에 막대한 짐을 떠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의 대중적 인기나 성과를 위해 미래를 팔아먹는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복지확대 정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도적인 개선보다 현금성 복지를 너무 쉽게 선택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쳐 전국 어느 곳 할 것 없이 현금복지가 넘쳐나고 있다. 물론 재정적 여유가 된다면 어느 선까지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막대한 돈이 뒷받침돼야 하는 사업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나라나, 지자체나 곳간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책 결정권자나 책임자 가운데 이를 따지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

새해 더 늘어나는 현금성 복지만 따져봐도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170만명 기초연금 20% 인상, 근로장려금 최저지급액 대폭 인상 등이 있다. 여기에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불필요한 과잉진료 유발이라는 지적에도 구체적인 진단없이 더 확대된다. 십수년내 재정 고갈이라는 경고에도 아랑곳없다. 지역에서도 청년수당, 농민수당 등 내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 드러나지 않게 속에서 조금씩 진행되는 집안 기둥과 들보 문제는 후일의 재앙을 의미한다. 경제심리를 놓친 '소주성'처럼 경제기반을 망각한 현금복지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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