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경자(庚子)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해, 새 날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세밑 연초의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고 무겁다.

장기불황에 극단정치로 국민들 피로감이 역력하다. 새해의 희망보다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어쨋든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석 달 남짓이다. 설이 지나면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 이들은 최악의 동물국회를 만들고 일말의 반성도 사과도 없다.

진보, 보수로 나눠 상대를 공격하며 표(票) 찍기를 강요할 것이다. 면면을 보면 막말, 막장이 그렇거니와 낯빛, 눈빛 또한 역겹다.

노루꼬리 만큼 남은 20대 국회를 따져보자. 서민들 삶은 도탄인데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이 민생보다 시급했을까.

이들은 총선과 후년 3월 '대선'을 놓고 권력 다툼에 혈안이다. 죽기 살기 이전투구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그래서일까. 교수협의회는 지난해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해 경종을 울렸다. 이 말은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이다.

'공명조'는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의 새다.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과(毒果)를 몰래 먹였다가 둘다 죽고 만다는 설화이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만 살 것이라고 욕심을 부리지만 공멸하는 '공동 운명체'의 뜻을 담고 있다.

허울 좋은 '보혁'의 밥그릇 싸움으로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빗댄 것이다. 새들도 좌우 양 날개로 하늘을 나는 이치를 이들은 모르는 것이다.

한심한 것은 경제, 외교, 안보는 물론 사회도 불안하기가 짝이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국민과 나라는 안중에도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필시 권력의 속성일 것이다. 아니면 권력의 중독일 것이다.

꼭 4년 전 이맘때도 그랬다. 박근혜 정권 당시 교수들은 근본을 세우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선정했다.

그 당시 우리 사회는 원칙과 법이 무너졌다. 나라 또한 근본을 무시하며 부패가 횡행했던 것이다.

이제 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얼마나 변했을까. 촛불정권에 대한 과잉기대는 과잉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낭패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관천의 십상시 문건과 김태우의 유재수 비리 적발이 그러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국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울산시장 선거 참모 송병기 업무수첩은 얼마나 다를까. 정유라 메달 면접과 조민의 위조 표창장 면접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하나.

고래를 빼돌렸느니 선거부정이니하는 공방도 참 뜨악하다. 또 적폐 수사에 대한 갈채는 돌연 패권세력으로 폄하되고 있다. 이런 이해충돌은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으로 번졌다.

다시 사회적 패권 해소를 운운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된 국민들은 거대담론 개혁의 허구를 믿지 않는 듯하다. 그저 급감하는 수출을 회복시키고 내수경기가 진작되길 원한다. 평당 1억 원 하는 미친 아파트 값을 잡아주는 일도 시급하다. 시장에서 실패한 '소주성' 보다는 친시장 정책과 규제혁신으로 경제 살리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 총선정국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는 얼음장 밑을 흐르는 서늘한 물처럼 냉정한 심판을 해야만 한다. 반복되는 아픈 역사에서 피해자는 자신이거나 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능한 정권을 심판할 것인지, 전략과 비전 없는 '도로 박(朴)' 보수야당을 심판할 것인가. 고민스럽지만 총선을 통해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예상컨대 마음 둘 곳 없는 무당파 40%가 새역사를 가를 것이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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