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4월 15일 치러진다. 90일도 안 남았다. 그런데 주변의 어떤 이도 어떻게 국회의원이 정해지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제21대 국회의원은 직접 뽑히는 이와 비례대표로 정해지는 이가 있게 되는데 비례대표제가 연동형비례제로 처리되기에 그렇다. 지역구당선인수가 적어도 비례득표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연동배분의석수(비례대표)가 많을 수도 있는 제도이다. 이러하기에 비례대표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든다느니 하며 난리인 것이다. 내가 선택한 정당이 지역구당선인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비례득표비율이 낮으면 10%의 비례득표율을 확보했어도 연동배분의석은 0석이 될 수 있는 선거방식으로 이번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에 뛰어들겠다는 예비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출사표를 던진다. 자신이 당의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열변을 토한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가 기억하는 근래의 대선과 총선을 통해서 후보자들에 의해 던져진 공약이 실천되었다면 대한민국은 지상낙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모두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신세를 한탄하고 있거나 말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중앙당이 펼치는 공약부터 각각의 후보자들이 내던지는 화려한 약속과 다짐을 보고 듣게 될 것이다. 보통은 화려한 말잔치에 속는다. 그들의 속임수는 프로 수준이고 우리는 아마추어 유권자이기에 그렇다.

누가 말했던가 장삼이사를, 우리의 이웃인 장삼이사 필부필부가 속지 않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우리에게 무조건 가져다주고, 설치해주고, 유치해주고, 이전의 이력으로 마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드는 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좋은 후보란 어떤 사람인가. 권력의 따뜻한 불을 쬐던 사람이 내세우는 화려한 스펙이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얼굴이 알려진 이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 시장의 점포가 왜 문을 닫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 그 점포의 주인이 겪을 고초를 이해하고 걱정하며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 즉 우리를 진실로 대변해 줄 사람이 정말로 좋은 후보다. 누가 그런 후보일까. 참으로 골라내기 어려운 일이다.

정당은 공천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심사하고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서 후보를 낸다. 그러하니 우선 정당의 강령이나 당헌이 명시하고 있는 목적을 살펴서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어울리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으로 후보자의 사람 됨됨이를 뜯어보고 알아봐야 한다. 물론 그들이 제시하는 공약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하고 만약에 그 공약이 실현되었을 경우에 우리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 나타날 정당이 몇 개일지 알 수도 없지만 말이다.

참으로 유권자 노릇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어쩌랴, 나와 대한민국의 일상과 미래가 달린 큰일이니 감내해야 하지 않겠는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여기고 살피고 살펴야 한다. 함부로 투자해서는 깡통이 되기 십상이다.

언론의 역할이 크다. 정당과 입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를 매일 제공해야 한다. 신뢰받는 언론이라면 선심성 공약과 일회성 공약들을 과감하게 들추어내서 알려주어야 한다. 필부들도 알고 있긴 하다. 선심성 공약이 난무할 거라는 사실을, 그러나 어떤 게 그런 건지를 파헤치고 분석할 만한 여유가 없다. 그 역할을 정의의 깃발을 든 언론이 해야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노라면 정신이 없다.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것 같고, 어떤 정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참으로 요지경이다. 이러하니 당선만 되면 된다는 선심성 공약의 남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어찌하랴, 우리 유권자들이 어려운 과제를 풀며 현명해지는 수밖에 별 도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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