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번 겨울 특히 큰 인기를 얻었던 딸기의 한달 매출액이 한 대형마트에서만 100억원을 넘어서며 겨울 과일 '왕좌'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년 동기 대비 신장율은 10.5%로, 같은 달 인스턴트 커피와 과자, 통조림햄 등의 매출액을 넘는 고무적인 규모로 말이다.

딸기는 라면, 맥주, 우유, 브랜드돈육에 이어 12월 전체 품목별 순위 5위에 올랐고 전체 과일 제품 중에서는 1위였다고 한다. 그 인기 요인으로는 새콤달콤한 맛을 비롯해 특유의 편의성과 심미성, 다양한 활용도 등이 꼽혔고 껍질을 벗길 필요 없이 흐르는 물에 씻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성과 겨울 분위기를 자아내는 빨간 빛깔에 귀여운 모양이 어린이 소비자들의 심적감동까지 자아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딸기 매출 순위는 일반과자 등을 넘어서 매년 꾸준히 상승해왔고 특히 신품종 딸기 등 프리미엄 딸기 상품군의 성장세가 눈에 띈는데 달걀 만한 크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킹스베리' 딸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재배한 '스마트팜 딸기' 등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이런 요인들을 넘어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져 우리의 자녀들에게 일률적이던 간편식 간식 과자를 뛰어 넘어 '딸기 르네상스'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사실 과일은 인류에게 식량작물이었고 초기 인류는 과일을 채집해 주식으로 먹고 살았다. 이후 농업이라는 큰 혁명을 거치며 과일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변화했다. 그런 과일의 소비트렌드는 현재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일부 고가격의 과일소비는 정체돼 있다. 반면에 노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취급·섭취가 간편한 중·소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과일과 건강기능성 과일은 간편식 간식의 소비를 추월하고 있다.

천성적으로 우리는 새로운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인트레스트(interest, 관심·흥미)'라는 단어는 '다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가 어원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지 못한 다른 것(새로운 것)을 바로 알아보고 구별하는 능력은 인류의 생존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FTA 체결등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과일공급량에서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열대과일(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수입량은 20년 전 대비 약 2.5배나 된다고 한다. 과거 인기품목이던 바나나·오렌지의 수입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망고, 체리, 자몽과 같이 독특하고 이색적인 과종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춰 관련 정부와 농협 등 관련단체도 저탄소 샤인머스켓 등 새로운 작목(품종)을 육성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몸은 기억하고 있다. 인류가 진화하더라도 우리 땅에서 난 우리 과일이 우리 몸에 이롭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과일을 주식으로 먹던 시절의 유전자가 몸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제는 국민적 붐(Boom) 조성을 위한 우리 과실 소비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민의 높아진 웰빙 과실 수요에 대한 대응과 폭넓은 품종의 확대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K-Pop의 열기에 더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K-과일 브랜드 육성 또한 이어져야 한다. K-V(Korea Vegetable Victory)의 그날을 간절히 기원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