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한 의원은 회의석상에서 서울대 입시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대한민국에도 유리하다는 ‘합성의 오류’에 빠져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서울대를 비판했다고 한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개개인의 도덕적 행위가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로 작용하는 경우를 두고 ‘합성의 오류’라고 불렀다. 예를 들자면 혼잡한 콘서트에서 자기만 잘 보려고 일어서면 하나, 둘씩 관객 모두가 일어나게 되어 결국 모두가 다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또한 저축을 장려해서 모두 저축만 하고 소비를 안 하면 경제가 망하는 ‘저축의 패러독스’ 같은 경우도 좋은 예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이유는 전체의 유기성을 무시하고 각 부분의 합을 일률적으로 전체로 간주하고, 자신의 이익이 곧 전체의 이익이라는 논리의 오류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이러한 논의를 꺼내온 이유는 서울대 문제를 언급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충북도를 비롯한 전국 시ㆍ군에서 각 광역시도로 이전될 공공기관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못해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충북도에서도 지난 15일 긴급 부시장ㆍ부군수회의를 열고 “지나친 유치 활동으로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시ㆍ군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각 시ㆍ군도 나름의 타당한 논리와 이유를 내세워 공공기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러한 과열된 유치경쟁으로 인해 자칫 공공기관 이전 정책의 근본 목표인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합성의 오류’의 표본이 되지않을까 염려스럽다.

다시 말해 자신의 지역으로의 공공기관 유치가 곧 충북의 발전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로 인해 충북이 바라는 지역산업발전, 더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전체의 유기적 목표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각 부분의 타당성이 곧 전체의 타당성이 될 수 없는, 다시 말하자면 ‘부분의 합이 언제나 전체의 합’이 될 수 없는 ‘합성의 오류’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공공기관 배치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은 “충북의 어느 시ㆍ군 지역으로 이전이 되느냐”가 아니라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충북의 무엇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의 바탕에는 충북도가 오송역의 고속철도 호남선 분기역 선정, 충주의 기업도시 선정 등 여러 가지 기회와 충북 지역의 혁신역량을 고려한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말아야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어느 특정지역의 발전을 위한 특혜가 아닌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과 대립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상생적 발전방안이라는 점에 대한 모든이들의 명확한 인식일 것이다./ (재)충북테크노파크 전략산업기획단 연구원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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