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과(過)하다', 사전적 의미는 정도가 지나치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을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할 때 딱 떨어지는 단어이다. 정부 상황에서도, 국민 입장에서도 그렇다.

정부 차원의 바이러스 대응을 두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두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過)'가 들어간 문장의 상반된 뉘앙스 때문이다.

우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으로 해석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께서도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세 번째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 국민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한 대통령의 당부로 보인다.

세 번째 확진자는 우한시에 거주하다 귀국했는데, 입국 당시 의심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검역과정을 그대로 통과했다. 무증상자가 확진자로 판정됨에 따라 드러날 수 있는 막연한 공포를 애써 지우기 위한 대통령의 다소 의도적인 메시지로 읽힌다.

지난 28일 문 대통령은 바이러스 확진자를 격리 치료 중인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정부 차원에서 선제 조치들을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다. 이 발언 역시 정부가 유난스러울 정도로 과도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를 공직사회에 던진 것이다.

사흘 차를 두고 나온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놓고 여러 해석들이 나왔다. 야권은 "한가한 얘기"라며 발끈했다. 문 대통령의 두 발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도한'과 '과하다'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다. '넘친다'는 의미의 '과(過)'를 포함한 표현이다. '과(過)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했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서는 느닷없이 '과(過)할 정도로 강력 시행하라'고 해 대통령이 오히려 불안을 조장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언뜻 들으면 상반된 얘기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야말로 과도한 해석이다. 어떤 사안에 대응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이 '과함'과 '덜함'이다. 특히 국민건강과 직결된 감염병과 관련해서는 덜한 것보다는 과한게 낫다. 다만 시점과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단순 '관심' 단계에서 정부가 과(過)하게 반응하면 국민은 금방 얼어붙는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면 정부도 덩달아 더 과도해질 가능성이 크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그림이다. 그렇다고 '경계' 단계에서도 그저 신중을 기해 덜하게 움직이면 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과한 듯 하지만 과하지 않게, 덜하지 않지만 덜한 듯 하는 적정한 중간선은 무엇일까. 정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국민은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정부를 신뢰하는 것이 바로 중간선을 지키는 방법이다.

결국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길은 정부만이 뚫을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길을 내기 위한 정부의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눈치만 보다가 선택을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다. 선택이 늦어지면 어느새 불행은 집 문 턱을 슬며시 넘어 이불 속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무기는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고 강조한 문 대통령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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