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안전 파수꾼' 사활… 후배들에 기술·철학 전수 최선"

충북광역 119 특수구조단 이의현 소방장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물속에서 시신을 발견하고 수면 위로 올릴 때는 허리를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머리부터 올립니다. 물 밖에서 기다리는 유가족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죠."

충북 광역119특수구조단(이하 특구단) 이의현 소방장은 '수난구조 통'으로 꼽힌다. 소방 임용 직후부터 현재까지 구조 활동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한 것은 물론, 후배 교육에도 앞장서며 충북소방 수난사고 대응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 소방장이 수난구조에 남다른 투자(?)를 한 것은 충북이 바다 없는 내륙지방이지만 계곡과 호수가 많아 각종 사고가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괴산구조대 근무 당시 계곡에서 수난사고가 많이 발생했어요. 선배들 따라 현장을 다니다보니 소방 교육을 통해 배우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동료들과 시간을 내 자격증을 따러 다닌 것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도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높은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시작된 노력으로 이 소방장이 현재까지 취득한 수상 관련 전문자격증은 6개에 이른다.

"기존에 다이버 자격증은 있었는데 동료 후배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2015년 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따게 됐습니다. 또 이듬해에는 충주호, 대청호 등에서 운용되는 구조선박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소형선박조종사와 동력수상레저기구 2급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 소방장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6년 12월, 깊은 물 구조 활동을 위한 Trimix 블렌더(혼합기체제조) 자격증과 혼합기체잠수 Trimix LV2(75m)을 잇따라 취득했다. 특히 이 자격증은 동해바다에서 따내며 의미를 더했다.

"Trimix 블렌더는 해군 특수부대 등에서 취득하는 자격증 중 하나인데 일반 산소통이 아닌 헬륨을 추가한 장비를 운용하는 것으로 깊은 물 잠수를 위해 필수적인 자격증입니다. 또 혼합기체잠수 LV2는 75m까지 잠수할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바다환경이 좋은 필리핀 세부 등 동남아에서 자격증 취득을 많이 하는데, 당시 저와 동료들은 현장 상황에 맞는 곳에서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 동해바다에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강사들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동해바다 혼합기체잠수 자격증을 취득한 이 소방장은 다음해 발대한 충북 특구단에 선발된 후에도 급류구조 LV1·2를 따내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급류구조는 시야가 제한되고 바위 등 위험물이 많은 현장이기 때문에 기존 수중구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조 활동이 이뤄집니다. 전문적인 교육이 없다면 소방관이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또 2017년 청주 수해로 무심천 역류하는 상황처럼 평온한 도심지 하천도 언제든 급류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소방의 대비가 철저해야 소중한 생명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 소방장을 비롯한 많은 소방대원들이 수난사고에 따른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수난사고의 특성상 시신수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난사고의 경우 구조 골든타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안타까운 결과가 자주 나타납니다. 그렇게 되면 소방은 인명구조가 아닌 시신수습으로 임무가 바뀌는데 시야가 제한된 물속에서 시신을 마주하는 것은 경험 많은 소방대원이더라도 상당한 공포를 느낍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을 마주하면 '너무 외로웠겠다,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앞선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생명은 지켜드리진 못했지만 돌아가신 분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드리는 것 또한 우리 소방의 임무이기에 공포를 이겨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특구단 4년 차를 맞은 이 소방장은 수난구조 뿐 만 아니라 소방 각 분야 교육교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막내직원들을 대상으로 오픈워터 기초과정을 교육하고 있고 타 소방서에서도 각종 교육 요청이 오면 강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열정 넘치는 후배 소방관들이 찾아와 교육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따로 무료과외(?)를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밖에도 특구단에는 화학구조대가 따로 운영되고 있는데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라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와 관련된 전문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이의현 소방장

마지막으로 이 소방장은 같은 소방가족으로 활동하는 아내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아내이자 동료인 신경애 000의 도움으로 소방대원으로서 게을러지지 않고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수난구조 통'이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소방대원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학습하는 소방대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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