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상속'이라 함은 원래 피상속인이 죽거나 행방불명되었을 경우 권리·의무가 상속인에 이전되는 것으로 피상속인이 살아 있는 경우에 이전하는 것은 '증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재산을 어느 시기에 자식에게 물려 줄 것인가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토론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는데,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죽기 전에는 절대 물려주면 안 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식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하여 필요한 시기에 물려주어야 한다고 상반된 주장들을 한다.

어떤 사람이 재산을 자손에 미리 물려주고 나니, 그간 찾아오면 아이들이 명절이 돼도, 몸이 아파도 찾아오지 않아 후회막심이라고 한다. 절대로 재산을 죽기 전에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언성을 높인다. 다른 이는 자녀와 효도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재산을 물려주었으나, 아들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재산을 다 팔아버리고 생활비도 주지 않아 막노동 일을 한다고 한다.

변호사는 자문을 하면서 '내 생전에는 재산을 팔지 못한다.'는 조항을 꼭 삽입하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불효자방지법', '부모공경법'도 국회에 발의 되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인들 중에는 재산이 많이 있음에도 자녀에 한 푼도 주지 않아 "친부모가 맞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자녀가 필요할 때 재산을 물려주어 빠르게 고생을 하지 않고 기반을 잡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시기에 자력으로 기반을 다지고 성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림으로 어려울 때 도와주면 고생을 덜하고 자리를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요즘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고 취업하기도 어렵고, 돈을 벌어 결혼을 하기는 더 어렵다.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면 집을 장만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럴 때 경제적인 도움을 주면 많이 고마워하고 부모에 효도도 잘 할 것이라는 것이 주장하는 측의 이야기다. 어차피 자녀에게 갈 돈이니 미리 주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과거처럼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시대로 재산을 상속함에 있어서도 자식 간에 서로 재산을 가지고 싸우는 예는 많이 줄어들었다. 자녀들은 자연 부모에 많이 의존하여 살아가는 경향이 짙다. 외자녀를 둔 집도 많아 별 걱정하지 않고 부모 재산이 다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여 노력하지 않고 생활하는 자녀들도 많아졌다. 또 노인의 수명이 많이 연장되어 돌아가실 때쯤이면 자녀들도 은퇴를 할 때가 되어 사실상 상속은 자녀에게 한다기보다는 손 자녀에 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부의 연금제도 개선으로 재산을 이용해서 생전에 연금으로 지급받아 생활함으로써 자녀에게는 상속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내가 평생을 못먹고 못쓰고 모은 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나의 자의에 따른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나에게 딸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가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임무임에는 분명하다. 자녀를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독립심이 강하여 세파를 돌파하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조금만 여유가 있다면, 도와주어 기반에 보탬이 된다면 이 또한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이들 또한 이 세상에서 나와 영원한 인연을 맺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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