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4일은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이었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 음력으로 정월의 절기이고, 양력으로 2월 4일경인데 동양에서는 이 날부터 봄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겨울 기운이 남아있지만 서서히 봄맞이 준비를 하는 시기다.

봄을 맞이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첫 절기라는 의미에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입춘을 맞아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겨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입춘축(立春祝)'이다. 봄을 환영하고 한 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의 문구를 한지 2장에 적어 집 대문이나 기둥 등에 여덟 팔(八)자로 붙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많이 봐 왔던 '입춘대길' 역시 입춘축의 단골 문구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게 있는데 입춘대길의 '입'자가 '들 입(入)'자가 아니라 '설 립(立)'자라는 사실이다. '움직임'의 의미가 담긴 '들 입(入)'이 아닌 준비된 것을 시작한다는 의미의 '설 립(立)'을 쓴다는 게 어쩌면 '대길'을 맞고 '다경'을 하려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선조들은 '햇 봄나물'을 먹어 건강을 지키며 봄을 맞을 준비를 해왔다.

궁중에서는 입춘에 겨울철 부족했던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오신반(五辛盤)을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오신반은 입춘 무렵에 자라는 다섯가지 나물과 함께 먹는 밥을 말하는데 추운 겨울 동안 먹지 못하던 신선한 채소를 먹으면서 겨우내 움츠려 있는 몸과 마음을 풀리게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봄을 맞아, 봄에 먹는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다. 파·겨자·당귀의 어린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는 풍속이었다.

이렇듯 봄나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입맛을 돋우며 기력이 떨어진 몸에 봄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이 무렵 사람들이 즐겨 찾는 가장 대표적인 햇 봄나물을 꼽는다면 당연히 달래, 냉이를 들 수 있다.

달래는 특유의 향긋한 향으로 겨울철 없어진 입맛을 돋우어 줄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비타민과 칼슘, 칼륨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고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주는 역할도 한다.

봄나물 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은 것은 냉이라고 할 수 있다. 냉이는 칼슘과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1, 비타민C 등도 풍부해 봄철에 딱 맞는 나물이다. 냉이는 잎의 색이 짙은 녹색이고 잎과 줄기가 작은 것, 향이 진한 것이 좋으며 특히 봄 냉이는 뿌리째 캐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이밖에 씀바귀, 봄동, 유채 등도 새봄을 맞아 건강을 지키기에 좋은 봄나물이다.

이제 '입춘'을 필두로 봄의 절기가 시작됐다. 예년보다 춥지 않은 겨울이지만 겨우내 얼어붙어 있는 우리 몸과 마음에 새봄의 희망찬 기운이 필요할 때다. 2020년 새봄. '햇 봄나물'과 함께 건강하게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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