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혜경 괴산군 아동드림팀장

올해 초 인사이동으로 부서와 업무가 바뀌고, 그에 따라 만나는 사람도 달라졌다.

아동과 보육 관련 업무를 맡게 되면서 관내 어린이집 원장님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다. 원장님들을 만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20여 년 전 출근길에 어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서야만 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당시는 육아 환경이 지금보다 많이 열악했던 시절, 필자는 약한 체력과 육아의 어려움으로 매일 사표를 쓰는 엄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근 관내 어린이집 원장님들을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금년 정부가 추진하는 보육사업 안내와 함께 지난해 성과를 공유하고, 업무추진 중 애로사항 등을 나누는 간담회 자리였다. 괴산지역 내 어린이집 11곳 원장님 대다수가 오랜 경력의 베테랑인지라 보육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이번에 알게 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원아들의 급간식비 보건복지부 최저 기준(만 0~2세)이 1천745원인데, 괴산군은 2천935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 관계자들 사이에서 괴산군 급간식비가 수범 사례로 널리 회자됐다고 한다. 이에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지난해 1년간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캠페인,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급간식비 최저기준 인상을 요구해 온 결과 올해 3월부터 인상키로 했다고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번 중앙부처의 급간식비 최저 기준 인상은 1997년 이후 2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만 0~2세는 1천745원에서 1천900원으로, 만 3~5세는 2천원에서 2천500원으로 오른다.

괴산군은 수년 전부터 어린이집에서 친환경 급식을 하도록 1천190원을 추가로 지원해온 덕에 전국 최고 수준의 급간식비가 제공되고 있었다. 요즘 물가에 단돈 1천745원으로 점심 급식과 오전·후 간식을 정상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기준을 22년이나 동결했던 보건복지부의 지침에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엄마들 사이에 퍼지면서 어머니 단체에서 전국 243개 지자체의 급간식비 지원금을 정보공개청구 방식으로 전수 조사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전수 조사 결과 급간식비 지원금이 전무한 지자체가 무려 75곳이나 됐다. 그나마 최저 기준에 맞춰 운영하는 지자체가 1/3 정도다.

어린이집 부실급식 논란의 시작이 아마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괴산군이 전국 최고라면서요?" 언뜻 괴산군의 보육정책이 전국 지자체 중 최고라는 자부심이 생기게 하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의 급간식비 최저 기준이 얼마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금액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면 당연히 인상해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야 했다는 것이 이 땅에 사는 엄마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21세기, 디지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불리는 최첨단 풍요의 시대에 유치하게도 먹는 문제가 이렇게 이슈화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임혜경 괴산군 아동드림팀장

맹자(孟子)의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생각나는 오늘 아침!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자',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 등 수많은 구호들이 실현되도록 온 국민이 제2, 제3의 엄마가 되어 우리의 아이들을 양육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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