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며칠전 지나 간 발렌타인데이, 매년 양력 2월 14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특히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날로 이제는 우리주위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이후 해외뿐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매달 14일을 기념일로 정해 선물을 주고받는 포틴데이(fourteen day)가 유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첫 손으로 꼽히며 3월 14일 화이트데이(White Day), 4월 14일 블랙데이(Black Day)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3세기(269년)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결혼은 황제의 허락이 있어야만 할 수 있었다는데 밸런타인(Valentine)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순교한 사제의 이름이다. 그가 순교한 뒤 이날을 축일로 정하고 해마다 애인들의 날로 기념하여 온다. 이날은 여자가 평소 좋아했던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허락된다. 그당시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초콜릿이었다는 설이다. 최근에는 초콜릿 이외에도 자기만의 개성적인 선물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는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었으며 일부에서는 여전히 젊은이들의 욕구를 악용하려는 상혼이 빚어낸 그릇된 사회현상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남녀가 특정일을 이용해서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는 이제는 대중적으로 넓게 자리 잡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렌타인데이처럼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고, 이에 맞춰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11월 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지정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종 홍보 활동을 펼쳤지만 근본적인 쌀소비 회복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 1인당 밥쌀 소비량은 지난 20년간 107㎏에서 67㎏으로 40㎏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쇠고기, 닭고기 등 육류 소비량은 27.4㎏에서 42.7㎏으로 늘었다. 소득 향상과 육식 위주의 식습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쌀 소비 감소 등으로 지속적으로 쌀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다.

비단 쌀뿐 아니라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럄) 등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하면서 돼지고기, 대파등의 소비와 가격까지 급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는 ㎏당 2천906원이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도매가 3천505원보다 17% 낮은 수치로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대파도 도매가격이 40%이상 폭락했다고 한다.

농협하나로마트 등 유통업계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까지 확산하면서 돼지고기 소비 심리가 쪼그라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돼지고기 등 축산 도매가(대파가격 포함) 하락과 소비 침체라는 내우외환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축산업인들을 돕기 위해 전국민이 참여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발렌타인데이를 비롯해 모든 데이기념일을 우리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날로 커플링화 한다면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과거처럼 얕팍한 상술에 물들지 않은 기분좋은 기념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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