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애로사항 '만능 해결사' 역할 톡톡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지역 '기술인'들이 뭉쳤다. 그 분야의 내로라하는 기술을 가진 기능장, 명장부터 전국 및 지방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이다.

사단법인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는 89년 11월부터 40년째 도내 농촌마을을 찾아가 자신의 무기인 '기술'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용, 미용, 맞춤양복, 한복, 피부미용, 자동차정비, 도배, 전기기기 등 11개 분야 80명의 회원들이 소중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시골마을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48회 봉사활동을 펼쳤다.

◆칼 갈이·옷 수선부터 자동차 수리까지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 봉사활동 모습. 1년에 두 번 도내 농촌마을을 찾아가 11개 분야의 기술봉사활동을 펼친다. / 기능선수회 충북지회 제공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 봉사활동 모습. 1년에 두 번 도내 농촌마을을 찾아가 11개 분야의 기술봉사활동을 펼친다. / 기능선수회 충북지회 제공

칼 갈이, 가위 갈이부터 지퍼 수선, 옷 수선, 시계수리, 컷트·파마, 피부미용, 각종 가전제품 수리, 자동차 수리, 도배까지 봉사분야는 다양하다. 도배는 독거노인을 우선으로 이뤄지고, 장수사진 촬영은 고령자를 위주로 진행한다. 전기점검, 가스점검도 해준다.

기능선수회는 도내 11개 시·군 농촌마을 구석구석을 찾아가 지역주민들이 그동안 묵혀뒀던 크고작은 애로사항들을 하루동안 해소해주는 '만능 해결사'가 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는 이·미용과 칼·가위 갈이, 옷수선이다. 칼·가위 갈이는 김종남 회원이 전담하고 있다. 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함께하고 있다.

강충열 회장은 "20018년 11월 괴산군 사리면에서 봉사를 했었는데 면장이 그 해 괴산옥수수 한 박스와 감사장을 들고 우리 정기총회에 왔었다"며 "주민들이 너무 고마워해서 감사함을 전하러 왔다"면서 "저희가 봉사가는 날 하루는 그 마을에 '종합적인 봉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이뤄지는 기술봉사활동은 마을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기능인들에게도 사기진작에 좋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명장, 기능장 등이 직접 맡다 보니 만족도는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 봉사활동 모습. 1년에 두 번 도내 농촌마을을 찾아가 11개 분야의 기술봉사활동을 펼친다. / 기능선수회 충북지회 제공

마을주민들도 이에 보답하기 위해 동네잔치를 열거나 지역특산물 선물 공세(?)로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단다.

5년째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윤수 미조사양복점(청주) 사장은 "오지 시골마을이다 보니 주민들이 뭘 고친다는 게 어려운 환경인데 저희들의 작은 봉사활동에도 엄청 고마워하셔서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회원들이 자영업자들이다 보니 1년에 몇번밖에 찾아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기능선수회 충북지회는 1986년 10월 '충북지방기능 동우회'로 발족한뒤 89년 11월 진천군에서 첫 봉사활동을 가졌다. 올해 상반기 봉사는 당초 오는 3월 10일로 잡았으나 부득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한 상태다. 사태가 종료되면 진행할 계획이다.

◆대통령 표창·국제대회 대상 등 내공 탄탄

명장, 기능장 등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보니 그들이 나누는 '기술'은 최고 수준이다.

이용 충북명장인 이봉철(충북대 구내이용원 사장) 회원은 대통령 표창장에 이어 기능올림픽 금메달 수상자다. 86년부터 34년째 청주시 북문로에서 '대림라사'를 운영하고 있는 강충열 회장도 2018한국섬유패션대상 양복부문 대상을 수상한 실력자다. 한국맞춤양복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40년간 양복제작기술을 갈고닦은 김윤수(청주 미조사양복점 사장) 회원 역시 아시아대회 맞춤양복부문 1위, 2017소상공인기능경진대회 대상 등을 거머쥔 기능인이다.

한복 충북명인·충북명장인 이래진(이주미 전통복식원 대표·청주시 상당구 수동) 회원은 제자양성에 공을 들여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다수 입상시키며 한복기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회원 80명 중 절반은 30~40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마흔살부터 최고령 일흔여섯까지 '기술'과 '봉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강 회장과 일부 회원들은 농촌봉사활동 이외에도 매주 셋째주 화요일 충북재활원을 찾아가 옷수선, 이미용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지역 기관·기업 후원도 잇따라

기능선수회의 기술나눔에 도내 기업과 공공기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기안전공사가 전기점검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지난해부터 가스점검을 돕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자동차 안전점검과 소모품 교환을 담당하고 있고, LG전자는 가전제품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농기계 수리에 일조하고 있다.

청주 소재 정밀부품가공업체 대원정밀 안혁 대표는 충북기능경기대회 정밀기계분야 입상자들을 대거 채용하는 등 기능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윤현우 삼양건설(청주) 대표는 매년 봉사때마다 수건을 후원하고 있고, 주식회사 금진(청주)은 벽지를 지원하고 있다. 아이앤에스(청주) 차태환 회장은 경로당에 매트 총 50개를 기탁했고, 동신폴리켐(청주) 장현봉 회장도 마스크팩을 후원했다. 청주중학교 42회 동문, 김산기염소탕 이덕영 사장도 도움을 주고 있다.

봉사에서 한발 나아가 지난해부터는 봉사 가는 마을에 물품 기탁도 하고 있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초등학교 3곳에 노트북·컴퓨터 1대씩, 농구공 23개, 경로당 매트 50개 등을 전달했다.

강충열 회장은 "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을 해도 취직이 안됐는데 안혁 대원정밀 대표가 지속적으로 수상자들을 취직시켜주고 있다"며 "안 대표가 봉사 때 컴퓨터를 후원해주시는데 올해에도 두 대 기증을 약속했다"고 고마워했다.

 

강충열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장 인터뷰

"어려운 환경서 배운 기술, 사회환원하는 마음"

강충열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장. / 김미정
강충열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장. / 김미정

"기능인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기술을 배웠고, 못 배운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이 있기까지는 손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니까 우리가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어요. 최고의 기능인이 돼서 수십년 외길만 걸어온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는 거예요."

강충열(68)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장은 40년째 이어온 충북 기능인들의 기술나눔을 '사회환원'이라고 평했다. 수십년 갈고닦은 기술을 지역사회와 나누겠다는 뜻이다.

"기술은 산업의 한 부분으로서 대한민국의 손기술은 세계적으로 알아줘요. 작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맞춤양복연맹 총회에 참석했었는데 이탈리아 손기술이 우리나라를 못따라와요."

손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계화와 기술경시 분위기에 밀려 기술·기능이 저평가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점점 없어져요. 우리 세대들이 40~50년간 기술을 닦아왔는데 10여년 지나가면 그 명맥이 끊길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서 강 회장은 우리의 뛰어난 기술을 알리기 위해 해외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예산을 모아 해외봉사를 가는 거예요. 충북 기능인들이 가진 뛰어난 기술을 해외에 알리자는 취지예요. 충북도나 청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국가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는 기능선수회 충북지회를 한마디로 '정(情)'이라고 표현했다.

"오랜 세월동안 회원들이 '정(情)'으로 뭉쳐서 봉사를 해왔고, 봉사를 하면서 우리 지역 주민들과 '정(情)'을 나누니까요."

기능선수회 충북지회의 40년 봉사가 최고의 기술과 정(情),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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