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설치 반드시 이뤄져 시민품으로 돌려놔야"

1. 철거 이전 동남구청에 설치돼 있었던 천안시민의 종 모습. 천안시 제공
1. 철거 이전 동남구청에 설치돼 있었던 천안시민의 종 모습. 천안시 제공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천안시가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2016년 말 동남구청사 복합개발 사업에 따라 철거된 이후 4년만이다.

천안시민의 종은 2005년 6억9천700만원을 들여 무게 18.75t, 높이 2.88m, 구경 2.14m 규모로 제작됐다. 당시 시민의 종 제작에는 인구 50만명 돌파를 기념하고 지역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시민의 종은 기존 동남구청사 내 388㎡ 부지의 종각(鐘閣)에 세워진 뒤 2016년 12월까지 매년 제야행사와 3.1절, 광복절, 천안시민의 날 등 주요행사 때마다 울렸다. 그러던 중 시민의 종은 동남구청사 복합개발에 따라 2016년 말 해체됐다. 종각 해체 및 이전에만 4억원 상당의 예산이 소요됐다.

현재 천안시민의 종은 제작업체에 보관 중이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성종사는 대한민국 범종 제작에 최고 기술을 자랑하고 있으며 특히 중요무형문화재(112호)로 지정된 원광식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시는 이곳에 보관료로 매년 400여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천안시는 동남구청사 복합개발을 마무리하고 오는 3월까지 동남구청을 신청사로 이전하기로 한 가운데 뒤로 미뤄놨던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 카드를 온라인 시민투표 형식으로 지난 14일 꺼내들었다.

27일까지 진행되는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 설문조사에는 26일 현재 31명이 참여했고 이중 22명(71.0%)이 재설치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는 또 새로운 종각을 설치할 경우 11억원정도 예산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종각 설치 또는 타종이 불가한 기단만 설치(1~2억원 소요) 등 이전설치 방식을 두고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중부매일은 충남도청 이전 당시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풍수지리학자 김기학 상명대 교수를 찾아 천안시민의 종이 갖는 의미와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적합한 장소가 어디인지 의견을 들어봤다.

김기학 상명대 풍수지리학과 교수
김기학 상명대 풍수지리학과 교수

-천안시민의 종이 봉인된 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68만 천안은 세계적으로도 큰 도시다. 천안은 땅덩이가 서울보다 크다. 인구 50만을 넘어설 당시에도 시민 화합의 의미를 담았고 그때 당시 추진했던 인물들이 깊은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현재 봉인된 채로 이전된 이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보편적 천안시민이 아닌 특정인의 사견이 많이 담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떤 형식으로든 천안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려놔야 한다."

-천안시민의 종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종소리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에너지의 작용이다. 소리를 통해서 시민이 행복을 느끼고 희망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 종이라는 것은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인간은 다른 물질을 가지고 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그중 금속성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물질이다. 종합하자면 종을 쇠로 제작한 것은 강한 음파로 사람들에게 퍼져나갈 수 있는 기운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 흐름이나 지형적으로 봤을 때 천안은 에너지가 집약되는 곳이다. 그런 곳에 사는 시민들이 시민의 종을 보유하고 해마다 치기도 하고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자긍심으로 볼 수 있다."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가 논의되고 있다. 논의가 또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 언제까지 재설치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보는가?

"경자년이다. '경'은 쇠 기운이다. '자'는 에너지가 최고로 증폭한 공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장이 선출이 돼서 경자년에 임시라도 빨리 가지고 와야 가장 좋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올해 시민들에게 제야의 종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면 천안시가 70만 반열에 올라서는데 동력이 될 것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천안은 어떤 곳인가?

"기본적으로 천안에는 용(쌍용동, 오룡동, 청룡동, 삼룡동, 구룡동 등)이라는 지명이 많다. 1999년 천안을 처음 접했다. 그때 천안시청(현 동남구청 복합개발 사업부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용맥(산의 정기가 흐르는 산줄기)에 시청이 위치하고 좌우로 시가지가 조성돼 있었다. 그 아래 부분에는 전통시장이 굉장히 발달해 있었다. 용맥 뒤 경찰서가 있고 천안공고, 천안북중, 천안농고 등이 용맥의 한쪽 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요한 기관이 위치한 것을 보고 도시를 계획한 인물이 풍수에 능통하고 지형적 고려가 잘 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중 남산의 가치가 높다. 뻗어나간 용이 마지막 물을 만나는 형상이다.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산이 쑥 올라와 있다. 그 앞에서 삼룡동, 원성동, 구성동, 성정동 물이 만난다. 삼파수라고 한다. 다시 말해 에너지가 굉장히 집약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가 고려되고 있는 여러 곳 중 남산이 가장 좋다는 뜻인가?

"천안 남산은 적당한 높이로 올라서 있고 에너지가 집약된 곳으로 이곳에서 종이 울린다면 천안의 기운 즉 태조산에서 내려온 기운이 고르게 퍼질 수 있다. 반면 천안시청은 너무 아산쪽으로 치우쳐있다. 또 봉서산이 원도심으로 향하는 소리를 차단하게 된다. 삼거리공원은 넓은 들판을 형성하고 있어서 소리가 퍼져나간다는 점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에너지라는 지기를 낼 수가 없다. 남산이 행사 장소로 좁을 수 있겠지만 전통시장 활성화와 원도심 발전에도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