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행복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한국 교육은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정신적 불안 및 우울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또래들과의 과도한 경쟁으로 친구도 제대로 사귈 수 없는 외톨이를 만들고 있다. 일방적으로 학업을 강요하는 부모 및 교사와는 갈등만 초래되고 있다. 정형화된 교육으로 창의성은 온데간데 없다.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교육방식을 탈피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그저 허언으로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이런 엉망진창 교육에 생명력 가득한 숨을 불어넣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교육자가 바로 윤병훈 신부(70)이다. 그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마음껏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 밖으로 청소년들을 꺼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부르짖는다. 세상을 마주하며 학생들 스스로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씨앗이라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성직자이자 교육자인 그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그 동안 교육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경험을 모두 녹여보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놀이·체험 인성학교 양업(놀체인 양업)'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은 윤 신부는 기존 교육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에서 자기 주도적인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런 교육 관련 사회사업을 시작하게 된 원동력은 양업고등학교에서 감동적인 교육 현장을 경험한 덕이다. 윤 이사장은 1998년 3월 개교한 양업고(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초대 교장을 맡아 2012년까지 15년 동안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뵜다.

양업고의 특별한 교육방식을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 놀체인 양업을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놀체인 양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아를 찾아간다. 놀이는 체험, 체험은 교육이라는 등식에서 출발한다. 학교 밖의 모든 사물이 학생들에게는 교과서다. 특히 흙, 숲, 산 등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연은 가장 좋은 스승이다.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직접 체험하며 친구를과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을을 배워 공동체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기 절제력과 문제 해결 능력, 인내심 등을 배운다.

"'책과 노트, 연필이 없는 학생들을 어떻게 최고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체험학습이 동력을 만들어 주고, 이 동력으로 학습을 시작하니 학생들의 사고력 등이 높아졌습니다."

경쟁보다는 상생과 협력을 통한 체험을 통해 인성을 길러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윤 이사장은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은 교실과 학원 뿐이 모릅니다. 한국 교육은 학생을 상자에 가두고 있습니다. 이 상자에서 소수의 학생들만 엘리트로 만들고 있습니다. 놀체인 양업은 지금의 교육현장을 거부합니다. 체험을 통해 상생 등을 배우게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창의성으로 가득채워집니다. 자발성 및 자기독립성을 길러주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윤 이사장이 생각하는 인재상은 행복한 인간이다.

"자기주도적이고 자발적이면서, 독립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이 놀체인 양업의 추구하는 교육 목표입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통제를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고, 책임을 주어 자기 스스로 내적으로 통제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기를 만들어 가는, 즉 외적 통제가 아닌 내적 통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배우는 게 놀체인 양업이 지향하는 교육관입니다."

단순 지식 습득은 무의미하다고 윤 이사장은 역설했다.

"지식을 단순히 주입하는 습득식이 아닌 지식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쳤을 때는 단순한 시험을 해결하는 지식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통해 해결하는 법을 스스로 모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합니다. 학교의 전통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허우적리는 학생들을 살려야 합니다. 행복한 교육은 흥미를 가지면서 놀이를 통해 체험을 하고, 그러면서 자기를 만들어가는 행복한 인간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놀체인 양업 프로그램은 학생들만이 대상이 아니다. 부모와 교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커리큘럼도 마련돼 있다.

'부모 마음 성장' 프로그램은 효과적으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긍정적으로 자녀와 소통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부모의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설계돼 있다.

교사를 위해서는 '마음 치유'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교사 스스로 직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명상 등을 통해 교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힘쓸 참이다.

"학생들이 선택하는 권한을 부모가 빼앗아 통제합니다. 놀이를 하는 것은 자율 안에서 주체가 돼 체험을 시키는 것입니다. 부모역할 훈련을 통해 자녀가 왜 자유롭게 사고해야 하는 이유를 놀체인 양업은 설명합니다. 교사는 학교현장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받고 있습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합니다. 그런 교사에게 교육받는 학생이 행복해집니다."

윤 이사장은 "제멋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닙니다. 방종이 아닌 자유를 알아가고, 인성이 변하면 그 인성은 학생들이 추구하는 방향을 안내하게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입니다"라고 강조했다.
 

<Tip>놀체인 양업 정규반 프로그램

▶기간 : 2020년 3월 ~ 2021년 2월 매주 토요일
▶대상 : 초·중·고등학생(12~19세 아동 및 청소년) 40명
▶주요 프로그램 : '흙과 함께', '산에서 길을 찾다', '밖에서 마주하다', '숲에서 놀자', '나를 보다'

 

윤병훈 이사장은 누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부부 교사인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충남대 농과대학을 졸업한 뒤 교단에 섰다가 광주 가톨릭대에 편입해 동대학원을 마치고 1983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충주 교현동 천주교회 보좌신부로 사목을 시작해 음성, 충주 교현동, 옥산, 산남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청주교구 총대리 신부를 역임했다. 2017년 원로 사목자가 된 후 양업고에서 겪은 감동적인 교육 현장을 후학들과 나누기 위해 '놀이체험 인성학교 양업'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한국교원대에서 교육철학 전공으로 교육학 석사(2004년) 및 박사(2008년) 학위를 받았다. 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2002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표창, 2010년 대통령 '국민 교육발전 기여 부문' 정부 포상 및 표창, 2012년 옥조근정훈장, 2013년 포스코 청암교육상, 2016년 충북도 단재교육상(사도 부문)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뭐 이런 자식들이 다 있어', '너 맛 좀 볼래', '발소리가 큰 아이들', '그 분의 별이 되어 나를 이끌어준 아이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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