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코로나19의 확산이 모든 일상을 바꾸고 있다. 신규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누적으로 최대치가 연일 갱신되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한 긴 줄은 국민들의 공포감을 반영한다. 개인위생 준수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화되면서 지역경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이 충격이 영세한 자영업자, 중소기업 및 과도한 가계대출자 등 우리나라의 경제적 약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선의 경기 부양 대책은 지역감염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해법도 등장했다.

정부가 긴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감염병에 의한 추경 사상 최대인 11억7천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것이 고립감과 두려움에 절망하는 지역주민들에게 공동체의 상호 신뢰와 격려에 의해 치유되는 '로세토 효과(Roseto Effect)'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코로나19 대처에서 우왕좌왕하는 면도 있지만 외신들은 우리나라 대처방식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건복지부가 웹사이트를 통해 확진자의 위치를 면밀히 추적해 이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확진자 동선을 신용카드 기록, 폐쇄회로 화면 등 '빅데이터'를 이용해 파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한국 정부의 광범위한 감시 체계는 정보의 구체성과 그 정보가 온라인으로 즉각 대중과 공유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 ICT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주목되는 것은 각국의 코로나19 현장에 파고들고 있는 ICT 기술이다. 중국 병원들은 격리 병동과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5G 스마트 의료 로봇은 의료진 진료 안내와 소독, 청소 및 약물 배송을 맡고 있다.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음식 배달 로봇이 등장했다. 공중에서는 소독약을 살포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데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첫 코로나19 감염증 환자 치료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간호 인력들이 고화질 화면과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화면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로봇 도입은 감염 확진자와 의료진의 접촉을 줄여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하는 의도다.

눈여겨봐야 할 일상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재택·원격 근무 도입과 화상통화 증대, 대학이나 종교시설의 비대면 접촉을 위한 온라인솔루션 채택 등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협업툴을 기반으로 스마트워크 환경이 빠르게 정착 중이다.

한편 지역산업의 현장은 '스마트 리쇼어링'으로 재도약하고 있는데 부산과 전북 익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산 녹산 국가산업단지는 해외 운동화 브랜드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1970년대부터 번성했다. 1990년대 들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점차 쇠퇴했다. 그러던 녹산 산업단지가 국내의 높은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이 설립되면서 재도약 하고 있다. 전북 익산의 이리 국가산업단지도 같은 이유로 부활하고 있다. 익산시가 공정 자동화와 도금 기술 표준화를 통한 스마트 도금 공장 구축을 지원하면서 국내 복귀 유도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이다. 독일 언론이 칭찬하듯이 한국의 감염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진단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및 산업 현장에서 ICT 기술이 광범위하게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ICT 기술의 활용 여부에 지역경제의 명운이 걸려있다. 이것이 코로나19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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