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자원… 힘들었지만 자부심으로 버텨"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지원을 위해 대구를 다녀온 (왼쪽부터) 노승일 소방장과 장준규 소방교.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끝을 모르는 구급차 행렬, 한산한 거리, 문을 닫은 상점... 충북과는 사뭇 다른 대구의 모습은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이송지원을 위해 대구로 파견된 청주서부소방서 노승일(35) 소방장과 장준규(39) 소방교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대구 두류정수장 119구급대 집결지에 모인 200여대의 구급차는 확진자의 규모를 실감케 했고, 서문시장·동성로 등 지역 관광지의 고요함은 도시가 처한 상황을 대변했다.

이들이 대구를 찾은 것은 누군가의 강요도, 제비뽑기와 같은 추첨도 아니었다. 본인이 적임자라고 판단되자 망설임 없이 자원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노 대원은 "누군가 가야한다면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경험 있는) 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저와 장 대원이 그 기준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 대원 역시 "충북에서도 확진자에 대한 이송조치는 구급대원이 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8일간 대구에서 근무한 두 대원은 하루 24시간 격일제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근무시간 배정은 1인 1구급차 운행을 통한 확진자와의 비 접촉 이송을 위해서다.

근무일에는 하루 평균 2~4건의 환자이송을 맡는다. 평균 소요시간은 2~3시간이다. 구급대원은 운전석에 타고 환자는 뒷좌석에 탑승한다. 의사소통은 휴대전화로 한다. 환자의 거주지에서 인계기관 및 환자 집결지로의 이송을 마치면 소독에 들어간다. 소독 대상은 구급차 내·외부, 환자의 이동 동선, 구급대원 등이다. 비교적 간단한 임무로 보이지만 매 순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있기에 대원들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노 대원은 "첫 환자를 이송하던 중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서 구급차를 세운 적이 있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갇혀있는 확진자를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고 확진자 분께서도 침착하게 기다려줬다"며 "이처럼 모든 상황에 대비하며 하루를 보내기 떄문에 몸은 금세 녹초가 된다"고 덧붙였다.

휴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낸다. 원칙적으로 외부 개인 활동이 금지되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TV를 시청하는 것이 휴식의 전부다. 식사는 준비된 도시락을 먹거나 지정된 식당 3곳에서 해결한다.

장 대원은 "제한된 일상으로 힘들었지만 대구시민들의 진심어린 응원과 충북 대표라는 자부심으로 버텼다"며 "숙소 사장님의 정성어린 메모, 확진자들이 전하는 감사인사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20여건의 확진자 이송작전을 무사히 마친 두 대원은 지난 10일 청주서부소방서로 복귀했다. 이제 이들은 충북도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구급대원으로서의 임무를 다시 수행하게 된다.

노승일 대원과 장준규 대원은 "대구시민과 방역당국 모두가 코로나19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대구시민 또는 코로나 환자에 대한 비난이나 불편함을 표현하기보다는 따뜻한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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