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여파로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주 성안길 상인들이 5일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청주도심상권활성화 추진협의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 김용수

창궐 석달도 안된 중국발 코로나19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지구촌 전역에 위기 경고가 내려진 것이다. WHO의 선포가 아니더라도 이미 전세계는 이 감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에 집중됐던 해외유입 차단 범위가 무한대로 넓어짐을 의미한다. 대상을 가릴 것 없이 방역의 벽을 더 두텁게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벌어지는 코로나와의 사투가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될 지 모르지만 새로운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열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이 조금 수그러들었을 뿐 국내사정은 한눈 팔 여지가 없다.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역별로 발생하면서 전국의 상황은 여전히 먹구름이다. 결국 코로나19와 안팎으로 싸워야 하는 지경인데 그나마 고삐를 잡을 가능성이 큰 집안단속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드러난 내부의 빈틈을 찾아 막아야 한다. 이들 구멍을 지금 막지 못한다면 어렵고 힘든 싸움이 꽤 오래갈 지 모른다. 말만 앞선 마스크 공급이나 갈수록 어려워지는 감염경로 파악, 여기에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사회적 취약계층 보듬기까지 장기전을 치르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확산세가 꺾인다하더라도 마스크 문제는 숙제가 될 공산이 크다. 공급물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을 개선할 방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사용기간을 늘리고, 면마스크로 대체한다고 해도 의료진과 산업계의 부족현상 해소는 난망이다. 사재기 원자재로 단속을 확대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리 없다. 더구나 수요가 충족되더라도 지금의 배급체계로는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누구나 줄을 서지 않아도 마스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빈말로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제대로 된 수급대책을 내놓아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방역상황 등 겉으로 드러난 것들은 국민참여 등으로 성에 차지는 않지만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면서 평소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감염 우려로 도움의 손길이나 방문 돌봄이 중단되는 등 사회적 안전망이 흔들리는 것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이들에 대한 지원은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 걸맞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판에 민간에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국내 감염 조기 종식을 위해서도 이들에 대한 대책은 꼭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집단감염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임시방편에 그쳐야 한다. 코로나 이전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은 소상공인 등을 위한 금융지원의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 경영자금 대출도 아닌 대출 보증심사에만 두달 이상이 걸려서야 자영업자 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소비시장이 얼어붙은 지 한달반을 넘기면서 자체적인 여력이 한계에 이른 만큼 한시가 급하다. 게다가 코로나 경기침체가 지구촌으로 번진 상황에서 희망은 보이질 않는다. 목숨이 경각에 처했다면 숨부터 돌려놓고 다음 일을 모색하는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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