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팬데믹'(전세계 감염증 대유행)으로 발전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사는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마스크, 손씻기 등의 개인위생수칙이 일상화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감염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예측을 뛰어넘는 경로로 확산되고, 그 경로가 일상생활과 맞물려 있는 만큼 개인적인 예방활동은 필수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감염병 관련 주변상황을 알려주는 재난문자는 요긴한 정보원이다. 물론 무분별한 발송으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재난문자의 효용성은 확실하다.

그러나 최근 청주지역의 사례를 보면 재난문자가 효율적인 정보 전달보다는 짜증과 불만의 대상으로 전락한 듯하다. 심지어 헛발질을 거듭하면서 신뢰성마저 잃을 지경이다. 이동전화 기지국을 중심으로 전달되다 보니 전파만 낭비되는 경우도 이어졌다. 불만의 첫 출발은 정보전달이 아닌 불안감 조장이었다. 주의를 넘어 행정력에 대한 불신을 주는 문자가 거듭됐고 감염관련 정보는 확진자 동선을 알아서 챙겨보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동안 똑같은 내용의 개인예방수칙 문자만 매일 반복되기도 했다. 도움은 커녕 부아만 돋우는 재난문자가 된 것이다.

너무 잦은 재난문자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피로감과 공포심을 주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내용은 물론 기본적으로 문자 발송을 남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세가 거세지자 지자체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재난문자에 매달렸다. 게다가 주민들의 불안심리가 더해져 무차별적으로 문자가 발송되면서 홍수를 이루게 됐다. 이달 초 주말 사흘간의 전국 발송량이 예년의 1년치를 넘길 정도였다. 여기에는 주민민원 등 안보냈다가 탈이 날 것을 우려한 면피성 발송 등이 포함됐다. 청주시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재난문자가 너무 많다 보니 정부에서 제동을 걸었다. 확진자 발생이나 특별한 변동사항이 있을 때만 발송을 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규제가 필요할 정도로 한동안 남발됐다는 얘기인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청주시는 그 사이에도 오락가락 했다. 내용 부실이란 비난여론에 발송을 자제하기로 했다가 이틀만에 입장을 바꾼 것인데 정부방침을 핑계로 논란에서 벗어난 셈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부실함이 문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지만 방역에 있어 부족함은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더 꼼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음성 일가족 확진의 경우 일을 다닌 청주 오창, 내수지역의 전파 가능성도 우려되는데 어떤 안내도 없었다. 가족내 증세가 나타난지 10여일이 지났지만 확진전 나흘동안의 접촉자 확인에 그쳤다. 시일이 꽤 지난 동선은 빠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지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게 현실이다. 필요할때 필요한 정보제공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청주시 재난문자는 이제 뒷전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구설을 피하게 됐다고 좋아할 일은 결코 아니다. 믿지못해 기대할 것이 없어 외면한다면 앞으로 다른 재난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을 안 할수 없는 청주시 재난문자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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