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길 만들겠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는 도내 여성과 가족의 행복한 미래와 성평등 공감 충북실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용수 

이남희(58) 제2대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청주 출신의 이 대표는 81학번으로 대학시절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생활해 왔다. 서양사를 전공한 이 대표는 '영국여성참정권운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을 만큼 여성의 삶, 여성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다. 이에 자연스럽게 여성에 대한 연구, 여성가족부에서의 정책 개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여성은 '친구'라고 정의하는 이 대표는 삶에 있어 돌봐주고 힘을 주신 어머니와 이끌어준 선배·친구들처럼 도움을 주는, 오래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됨을 기뻐한다는 말)'을 새기며 서로 같이 성장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뜻을 되새기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3월 20일 취임 1년을 맞았다. 고향으로 돌아와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를 맡은 소감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에서 계속 생활을 했기 때문에 청주가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도 있다. 또 고향이기에 책임감이 더 많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아는 분들도 많고 하다 보니 '더 잘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다들 다정하게 대해주시니 마음이 편안하고 참 좋다.

▶충북여성재단이 하는 일과 역할에 대해 궁금하다.

-재단은 2017년 2월 17일 설립된 충청북도 출연기관이다. 재단이 설립된 목적은 지역실정에 적합한 여성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충북 여성의 능력 향상과 사회참여 및 복지증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재단의 3가지 핵심 기능은 여성·가족 정책연구, 성평등 교육, 민관협치의 플랫폼 역할이다. 연구의 경우 여성, 가족이 어떻게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성평등 문화확산과 더불어 여성전문가를 키우는 것이다. 교육의 목표는 모든 도민을 위한 것이지만, 일반 강좌 보다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전문 강좌를 기획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각 분야의 젠더 전문가를 키우고 일자리로 연결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 강사 양성 프로그램이 인기가 좋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는 도내 여성과 가족의 행복한 미래와 성평등 공감 충북실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용수 

▶재단의 지난 1년간 성과는?

제2대 대표이자 첫 상임대표로 근무를 시작한 지난해는 재단 출범 3년차였다. 충북여성재단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설치된 16개 여성정책연구기관 중 하나로 '전국여성정책네트워크'에 속해있고, 그 중에도 막내에 속하는 편이다. '충북의 미래를 열어가는 성평등 교육·연구의 거점'이라는 비전을 갖고 재단이 만들기까지 충북도와 도의회의 지원, 여성단체 및 활동가의 참여와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저는 그 뜻을 잘 헤아려 큰 나무로 자라도록 정성들여 물을 주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 12개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그 중에는 청소년 성평등 교육, 청년세대 일자리, 중장년층 1인가구 현황 등 세대별 현안 분석도 있고, 여성도민의 시각에서 본 안전한 지역사회의 조건 및 도시재생사업 평가, 중장기 변화 추세를 알기 위한 기초 작업인 성인지 통계, 성인지 예산, 여성인재DB 등도 있다. 재단이 지향하는 목표는 정책 연구가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어 도민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 팡팡', 가족이 함께 하는 '평등플레이캠프' 등 도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시·군 의회 및 공무원, 경찰 등 핵심 공직자의 성평등 인식개선 교육, 도내 여성리더의 역량 강화 교육 등이 진행됐다. 그 외에도 가을에 열린 성평등축제, 아시아여성학회에 참석한 여성학자들과 도민이 함께 진행했던 육거리시장 탐방은 평소에 재단을 잘 몰랐던 분들도 참여해서 함께 웃고 즐긴 자리였다.

▶청주여고 졸업 이후 대학부터 계속 서울에 계셨다. 여성가족부에서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는데, 중앙부처와 지역과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부처는 법과 제도 등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지역에서의 적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부처에서는 현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충북에서 일을 하면 일상의 흐름이 더 길어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당장 이슈가 되는 부분을 넘어 우리 삶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감이 생기는 것 같다. 재단 특성 상 현안에 직접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쉽지만, 흔들림 없이 사람들이 원하고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1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것인지?

- 현재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지만, 우선 무엇보다 계획한 연구와 교육 계획을 잘 수행하는 데 힘을 쏟겠다. 올해 연구 주제로 충북 바이오 산업분야 여성일자리, 촘촘한 초등돌봄체계 조성, 일하며 공부한 대농방직 여성근로자의 생애사 쓰기 등을 진행 중이다. 교육 부문에서는 여성주의 자기방어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재단뿐 아니라 충북에 있는 여러 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모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매뉴얼을 잘 만들면 충북은 물론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전망으로는 지속가능한 충북여성재단을 위한 내실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책 연구와 교육 기획이란 업무 특성 상 재단 임직원의 창의력 향상도 중요하고, 지역사회와 항상 소통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충북여성재단의 설립 취지는 우리 충북 여성이 마음껏 꿈과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판을 열어놓는 것이다. 아직 재단을 잘 모르지만 재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분들에게도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는 도내 여성과 가족의 행복한 미래와 성평등 공감 충북실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용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취미도 궁금하다.

-청주로 와서는 35분 정도의 출·퇴근 거리를 걸어서 다니고 있다. 무심천변이 걷기에 참 좋다. 곧 벚꽃이 필 것 같다. 근력운동이 부족해 요가를 시작했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취미는 사진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나는 이스트런던에서 86½년을 살았다'를 보고 있다. 한 남자의 평범한 삶을 사진으로 남기며 그에 대한 기록을 해 놓은 책인데 이를 통해 그 한 사람을 존중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도 있다. '길담서원, 작은 공간의 가능성'이라는 책 등 총 4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또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일을 마치면 작더라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살고 싶다.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동물보호소에서 봉사도 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해부터 충북도에서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일을 준비해오고 있다. 그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다시하고 새롭게 보면서 '여성독립운동가'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분들의 삶은 잘 기억되지도, 기록되지도 않았는데 새롭게 관심을 받게 된 것처럼 여성재단을 통해 충북의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찾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재단에서 하는 연구가 일상에서 궁금한, 내 삶에 필요한, 내 삶을 풍요롭게 해서 내 삶이, 이웃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연구를 하고 싶다. / 이지효

☞ 이남희 대표는


청주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영국여성참정권운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성의 역사와 지금 여기에서의 삶에 관심이 많아서 자율적 여성모임과 강좌, 생활밀착형 여성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일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여성과 사회'편집장, (사)여성문화예술기획 사무처장,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 운영위원, 유한회사 미디어일다 사원, (사)한국여성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계화 시대의 서양현대사'(공저, 2010), '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 공동체에 대한 고민'(공저, 2014), '젠더와 사회: 15개의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공저, 2014), '성·사랑·사회'(공저, 2016), '여성의 삶과 문화'(공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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