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善良)의 선택
선량(善良)의 선택
  • 중부매일
  • 승인 2020.03.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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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판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익숙한 일상 단어로 매스컴에 오르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초연결사회가 된 지금은 모든 정보가 지구상에 실시간 공유되기 때문에 공포의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감염병과 함께 언론을 장식하는 또 하나의 이슈는 4·15 총선이다. 이번 총선은 만 18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4월15일 이전에 출생한 학생들이 참여하니 고3 학생의 30%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막연한 기대를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현장에서는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교직 사회도 진영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총선 승리에 올인 하고 있는 정치권의 과도한 접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칫 선동 논리로 학생 유권자에게 접근하면 학교 현장이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에 처음 참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 교육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되고 있다.

대의민주정치의 근간으로서 투표는 소중한 정치행위다. 첫출발을 하는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 선거에 참여, 주권행사를 행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다양한 정치 견해와 입장들을 학생들이 잘 판단하고 선택하게 하는 책임은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다. 존 듀이가 '학교는 작은 민주적 공동체'라고 강조했듯이, 먼저는 학교가 이 부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의 파시즘을 겪고, 1960년대 엄청난 진영논리의 갈등과 폐해를 겪은 독일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라는 민주정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이 협약의 핵심이 되는 3가지 원칙을 보면 정치적 견해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강요금지 원칙, 토론을 통해 다양한 정치 견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논쟁성 원칙, 자신의 정치적 행위가 자신의 이해와 관련된다는 이익 상관성원칙 등이 그 핵심이다.

1976년에 수립된 이 협약은 독일 시민정치의 근간이 되었고 모든 정책이 대화와 타협 속에 수렴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오늘날 독일이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유럽공동체 EU를 선도하는 이면에는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라는 건강한 시민교육의 뿌리가 있어 가능했다.

한국사회가 정당정치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고질적인 진영 대립으로 엄청난 갈등을 양산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것은 올바른 시민정치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교육기관을 비롯해서 시민단체, 언론, 정당 등도 이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민교육을 통해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야 할 대의민주정치의 선거교육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의 기본 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견해들을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게 하며, 올바른 선택을 통해 미래의 자신의 삶이 변화된다는 점을 확고히 주지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시민의 자유와 평등, 연대 등 민주정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 청년들의 미래 문제에 대해 나침반과 같은 분명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청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일자리 문제는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시급한 당면과제다. 특히 우리 청년들이 겪어야 할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가이스탠딩(Guystending)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의 전망,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박탈당하고 불안정한 신분으로 전락할 노동자(프레카리어트)들이 90% 이상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견은 우리에게 바로 닥쳐올 미래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이번 선거는 인물을 선출한다는 의미의 단순한 선량(選良)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대안과 해법을 제시할 선량(善良)을 뽑아야 한다. 자신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미래가 변화된다는 선택의 중요성을 자각하도록 해야 한다. 새내기 유권자에게 올바른 첫 선택은 미래의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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