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2020년 초반 우울한 '상실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압도되면서 소소한 일상은 실종됐다.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지역경제는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 증시는 지원대책 발표에 따라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뛰어오르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소득 중 약 2조5천억 달러(약 3천169조원)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등장했다. 3월 셋째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약 225만 건으로 과거 사상 최대치(1982년) 69만5천건의 3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유로존의 실업률은 지난 1월 7.4%에서 6월 9%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 민간 부문 경제적 손실이 6천400억 엔(약 7조3천억 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충격이 국내외 경제에 '퍼펙트스톰(복합 악재에 따른 초대형 위기)'을 부를 것이라는 공포감에 짓눌려 있다.

그러나 희망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마이클 레빗 교수는 '앞으로 수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코로나19가 대유행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감염자 현황은 그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확산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높게 평가한 미국, 스페인, 프랑스, 스웨덴 정상들이 직접 지원요청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장비 등 물자 지원, 축적된 경험과 임상 데이터 공유, 전염병 전문가 회의 개최, 위기 대처방식 전수 등 전방위적이다. 코로나19 대응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을 확인시켜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방역·의료용품으로 이미 수출된 '드라이브스루' 및 '워킹스루' 진료, 공중전화부스가 연상되는 '개인 소독부스', 검사 시간을 6시간으로 줄인 신속 '진단키트' 등이 있다. 환자를 안전하게 옮기는 '이동식 음압 병상', 확진자 역학조사 결과를 실시간 공개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한국산 명품이다.

하루 이상 걸리던 확진자 이동경로 분석은 10분 내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유관기관 등과의 협업을 통해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스마트도시 기술을 활용하여 동선 관련 정보를 빠르게 파악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는 흔히 제기되는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금까지 성과는 우리나라의 성숙한 시민 의식과 위기 극복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그간 구축한 정보기술(IT)과 초고속 정보통신 네트워크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대응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분명한 것은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코로나19 발생 전으로의 복귀는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생존전략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특히 비대면의 '언택트(Untact)' 기술이 널리 활용되면서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이를 포괄하는 용어로 '언택트 사회'가 회자되고 있다. 그 기반은 5G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다. 관련한 로봇과 드론 산업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관행·관습에서 탈피해 익숙한 프레임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가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지 않으면 어느 부문이든 지속가능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과거의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비즈니스 모델 수정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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