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첫 발 내딛는 10대 위한 '함께'의 가치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으로 보호받던 아동은 만 18세 이상이 돼 보호가 종료되면 홀로서기에 들어간다. 이에 중앙정부는 자립지원금 500만원, 디딤돌씨앗 적립금, 대학등록금(200만원 내 실비)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세주택 등을 지원해 자립을 돕고 있다. 그러나 이들 양육시설 퇴소 아동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거나 사회구성원으로 올바르게 서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의 자립 실태에 대해 김민 순천향대학교 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 유응모 청주 대우꿈동산 대표,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회장에게 물었다. /편집자
 

▶시설 아동에게 '자립'은 어떠한 의미인가. 그리고 실질적 자립까지 청소년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가.

- 김민 순천향대학교수= 아이들에게 '자립'이란 대체로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것으로 경제적·사회적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립은 자기가 주도적으로 자기 삶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는 빈곤, 범죄, 장애, 가출 등 다양한 사유로 사회적 보호나 지원이 필요한 아동들의 자립에 대해 전통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사회적 격차와 빈곤 등 위기청소년의 자립에도 치중하고 있다.

- 유응모 대우꿈동산 대표= 시설 아동들의 자립은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주거 공간의 분리 독립(나만의 공간확보)을 비롯해 경제적 독립, 보호의 독립, 심리적(의존 독립) 등 다양한 '자립'의 형태가 있다.

시설을 퇴소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공간의 분리에 따른 독립이 일어나고 이후 경제적 독립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 과정들을 앞두고 아이들을 대부분 시설에 의존해 자립을 준비하게 된다.

-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의회장=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따라 진로 탐색부터 적성, 실질적인 의·식·주 관리(생존에 필수적인 교육), 경제교육, 취업교육 등을 받으며 자립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립을 준비하는데에는 한계점이 뚜렷하다. 시설 자체 교육과 외부 몇 차례 교육으로는 효과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strong></strong>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의회장​​​​​​​<strong></strong><br>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의회장

▶지금의 자립 과정은 분명 한계점이 뚜렷한 것 같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의회장= 자립에 있어 시설 아동들은 의·식·주는 물론 안정적인 취업도 가장 중요하다.

주거문제 등은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취업은 계약직이거나 환경적응에 실패하면 재취업도 어렵고 이 과정이 장기화 되면 기초생활 수급자로 전락하는 등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또 시설에서 아이들의 취업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튼튼한 지지기반이 없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벽이 되고 있다.

- 유응모 대우꿈동산 대표= 자립과정에서 경제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불안감 및 공동체의식 결여, 사회적응력 부족 등도 큰 애로사항으로 손꼽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설에서 자립에 대한 습관성 프로그램 등이 필요한데 아동보호지침이나 정부, 지자체의 위험요소, 책임소재 등에 따라 시설에서 직접 해주라는 운영방향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설 보호의 연속선 상이 아닌 일정 시점에서 과감한 자립도전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 김민 순천향대학교수=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적·사회적 지원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자립과정에서 정서적인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설 퇴소자들이 자립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외로움'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경제적 자립을 돕는 지원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정서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사회로의 자립'을 성공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자립 이후에는 어떻게 생활하는가?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의회장= 자립에 성공한 경우 시설 대부분은 일정 주기로 연락을 하거나 방문해 밑반찬, 생활용품 등을 지원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시설의 경우 '홈 커밍데이'를 만들어 1년에 두번씩 가족 모두를 초청해 재원생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결혼식, 출산, 돌잔치 등 각종 애경사에 참여해 가족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유응모 대우꿈동산 대표= 시설 퇴소자에게는 이 곳이 곧 고향과도 같다. 이에 따라 자립에 성공해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을 경우 긍정적인 반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시설 출신으로 현재 든든한 후원자가 된 사례도 있으며 동종 업계에서 활동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

- 김민 순천향대학교수= 사후관리는 오직 기관만의 몫이 아니다. 수 많은 사례들을 들여다 봤을때 결국 국가와 사회가 이에 대해 등한시 하면 안된다



▶결국 시설 아이들의 고민은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점으로 돌아가 진정한 자립은 무엇인가.

- 김민 순천향대학교수= 결국 진정한 자립은 '건강한 사회'로 발돋움 하는 것으로 자기 삶의 대한 책임주체로 당당히 서는 것이다. 특히 퇴소 후 청소년은 실제적 삶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중 자립이후 이들의 '외로움'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

함께 나누고 문제와 과제를 한게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에게는 개방이 사회에는 소통과 협력이 이뤄졌을 경우 진정한 자립이라 볼 수 있다.

-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회장= 보통의 자립은 행정적으로 모든 지원이 끊긴 상태를 말하지만 진정한 자립은 정신적인 자립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립이라 말할 수 있다.

지지기반이 없는 아이들이 느낄 막막하고 혼자인 것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으 말로 설명 못할 정도로 크고 퇴소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언제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올바른 경제관념과 건강한 정신으로 스스로 독립하는 것이 진정한 자립이다.

- 유응모 대우꿈동산 대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자립'의 기준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인 것 같다.
 

김민 순천향대학교수<br>
김민 순천향대학교수

▶그렇다면 현재 청주시에서 펼치고 있는 시설 아동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평가하자면

- 김민 순천향대학교수= 현 정부는 보호, 인권 및 참여, 건강, 놀이 등 4개 영역에서 주요 과제를 중심으로 10대 핵심 과제를 구체화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4개 영역에서 다뤄진 10대 핵심과제만이라도 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실질적인 아동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립정착금 지원 등을 청년주거복지정책 등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높힐 수 있으며 차별금지법 등 중앙차원에서 어려운 과제는 지방조례의 형태로 풀어갈 수 있다.

하지만 청주시의 지원정책에는 이에 대한 우선 순위가 높지 않아 크게 낙관적이지는 못하다.

-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회장= LH 전세주택, 디딤씨앗, 월 30만원 지원 등 다양한 정책지원이 있지만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우선취업을 할수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취업이 불안정하고 장기화되면 심리적 지지 기반이 약한 아이들은 기초 수급자의 길로 갈수밖에 없으며 그동안 들인 비용에 더해 향후 지불해야 하는 비용까지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또한 장애 아동 퇴소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필요 하다고 본다. 시설 아동 중에 장애 아동의 수가 경계선 아동까지 합하면 50% 정도가 장애에 가깝다. 이 아이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여기에 퇴소 후 시설 보호가 필요 하지만 막상 갈만한곳이 없는것도 시설의 고민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이 또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 유응모 대우꿈동산 대표= 대부분 공감하지만 의견이 조금 다르다. 이들의 자립을 위한 수많은 지원제도가 나오고 있지만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재원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자립의 습관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먼저 실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동 수당 30만원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 아닌 사회 공헌 활동을 할 경우 지급하거나 자립 정착금 500만원은 사용 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지급하는 등 재원지급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립의 과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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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응모 대우꿈동산 대표

▶좋은 의견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 김민 순천향대학교수= 시설 퇴소 아이들의 자립은 우리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퇴소 후 가장 큰 애로사항인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시설 뿐 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 또한 이를 위해서라도 현행과 다른 아이들의 조기지원에 초점에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동지원은 만 5세 이전이 핵심이므로 적어도 미취학 연령 이전의 지원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 유응모 대우꿈동산 대표= 시설 퇴소 아이들도 누군가 체계적으로 보호관리를 한다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 생활경제 교육, 진로, 자립심, 자존감 형성 등 생활 습관화가 중요하다. 다만 현재 정부의 경우 자립프로그램이 부실하다. 다양한 직업체험관, 실습, 소득활동 체험, 취업프로그램 제공 등 실질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시설 퇴소'라는 표현보다는 입주, 자립, 독립이라는 표현이 더 긍정적이므로 앞으로는 이 같은 표현으로 쓰였으면 좋겠다.

- 이정순 충북아동복지협회장=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이기에 이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퇴소 전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다 오롯이 홀로 선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힘들고, 외롭고, 두려움의 연속이라 백지상태가 된다. 따라서 이제는 심리적인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들에게 지원해줌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훨씬 많다고 사료된다. 아이들에겐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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