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결국 정부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말조차 생소할 정도로 우리나라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다. 유치원은 등원 개학의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휴업을 연장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화되면서 예행연습 없이, 충분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온라인 개학을 맞게 됐다. 가정과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를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7일 밝힌 '2019인터넷 이용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 컴퓨터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 71.7%다. 꽤 높은수치지만 결국 10가구 중 3가구는 컴퓨터 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구는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교육 불평등도 우려된다.

초·중·고등학교보다 비교적 온라인 강의에 익숙한 대학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대학들이 이미 온라인 강의로 학사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인프라 부족과 수업 질 저하 등의 이유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버가 다운되거나 강의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교수와 학생 모두 온라인 강의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전환으로 대학도 준비가 안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업의 질이 낮고 불편하다는 불만이고, 교수들도 처음 해보는 수업 방식에 힘들어하기는 매한가지다. 대학도 이러한데 하물며 고등학교, 중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어떠하겠는가. 활동위주의 초등학교에서 그야말로 주입식 교육인 온라인 강의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내신이 중요한 중·고등학교는 학부모의 역할 또는 능력이 학생들의 성적을 좌우할게 뻔하다.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개학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메르스와 사스 사태를 뛰어넘는 전 세계가 처음 겪는 대공황이다. 대처가 어려운 게 당연하다. 여러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완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느냐다.

잇단 개학 연기 끝에 초강수를 뒀지만 사태에 떠밀려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발표로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이제야 온라인 개학 준비로 분주하다. 제대로 된 매뉴얼이 있을 수 없다. 결국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꺼내든 카드가 온라인 개학이라며 국민들의 눈총을 맞고 있다.

1대1의 질 높은 원격수업을 만들겠다며 교육부가 운영기준안을 제시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첫 단계에서부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교사들의 희생과 학생들의 인내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이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현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라도 현실적이고 현장의 상황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온라인강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개선되겠지만 문제점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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