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로 조조가 17만 대군을 이끌고 원술을 공격할 때, 여러 차례 공격에도 원술을 점령하지 못하고, 군량미도 떨어져 군사들의 불만이 팽배하고 사기가 저하되어 분위기가 흉흉하였다. 이에 조조는 군량미 관리관인 '왕후'의 목을 베어 장대 끝에 높이 매달아 놓았다. 그리곤 "왕후가 군량미를 빼돌려 팔아먹어 양식이 떨어졌다"고 병사들에게 알렸다. 이로써 군사들의 불만은 진정되었고 원술을 쳐서 멸망시켰다. 물론, 식량은 원래부터 부족하고 없었다. 이는 군사들의 심리를 이용한 조조의 교활한 권모술수로 역사에 오래 남은 이야기다.

코로나19에 따른 최근의 마스크 부족 사태에서 보듯이 계속생산을 하는데도 마스크 부족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 5천만 인구 중 늘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지 않다.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늘 집에 계신 분 등 사람의 접촉이 적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되고, 또 집에 마스크 몇 장 정도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언론 등에서 연일 마스크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부족사태를 지나치게 보도하면서 사재기와 줄서기가 시작 된 것이다. 전문가들의 한마디는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혼선을 일으키고 상황을 원하지 않는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게도 한다.

일반 군중의 행동은 대개 일시적, 우발적이며, 비조직적이고 감정적이다. 사고현장에 우르르 모이는 사람들이나 프로야구 등 운동경기장에 모이는 군중들은 동일한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의 이해와 태도를 보이지만 대상이 없어지면 감정이 사라져 쉽게 헤어진다.

그러나 군중을 매개하는 공동의 사건이나 종교가 개입하면 상황은 돌변한다. 일반인이 어쩌다 교회의 부흥회에 참석하였다가 감정이 격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주변에 참석자들이 흥분됨에 따라 야구장에 참석한 군중처럼 자신도 모르게 깊숙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집합행동'을 통하여 기존의 사회규범이나 가치관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 보려는 집단의 의지에 자신도 모르게 맹목적적으로 동화되는 것이다.

군중보다 규모가 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대중이라고 한다. 대중은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 아니고 계층이나 문화, 생활방식, 가치관이 다양하고 이질적이며, 서로 간 상호작용도 없다. 그러나 현대사회에는 각종 매스컴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나름대로 반응을 보인다. 특정사건에 대하여 나름대로 의견을 정립하게 되고 토론과 논쟁, 비판을 통하여 공동 관심사에 대한 공중의 의견 즉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요즘 인터넷상에서 형성되는 여론은 지역이나 집단의 이기주의가 반영된 것이 많고,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도 많아 일반 대중의 눈을 가리고 여론을 호도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사태와 4·15총선이라는 큰 사건에 직면해 있다. 여러 가지로 혼란이 계속되면서 여론도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사상초유의 학교개학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의 삶에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사태가 확대일로에 있고 도쿄올림픽도 연기되었다. 우리가 올바른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건전하고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어야하며, 이로써 건전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고 국민의 윤택한 삶이 빨리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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