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봄바람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청명한 날씨를 보인 4일 오후 청주 무심천변 벚꽃이 화려한 꽃망울을 터트려 많은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벚꽃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청주 무심천 벚꽃은 이번 주말 만개해 많은 시민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용수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이 얼어붙었지만 4·15 총선 열기는 막판에 뜨거워지고 있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사전투표율 26.7%는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을 뛰어넘어 코로나 극복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저력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실종을 넘어 혐오에 이른 정치불신에 코로나가 더해져 이번 선거 투표율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말해주듯이 우리 국민들은 현명한 판단으로 이 어려움도 예전처럼 헤쳐나갈 것이다. 다만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안심할 수 없는 만큼 선거와 관련된 방역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루종일 북적이는 등 예상을 넘는 사전투표 열기에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도 놀라는 분위기였다. 예전과 다르게 사전투표인데도 길게 늘어선 대기줄은 본 투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투표장은 제한된 반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체증을 빚은 것이다. 하지만 불어난 투표인원보다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방역을 위한 조치들 때문이었다. 줄서기를 하면서 1m의 간격 유지는 물리적 공간에 그쳤지만 본인확인 등 투표과정에서의 간격유지는 투표시간을 길어지게 만들었다. 여기에 손 소독과 비닐장갑 착용 등의 준비도 한몫했다.

시간이 길어지고 대기줄이 줄어들지 않자 대기 간격은 좁아지고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따금 비닐장갑 착용에 대한 반발도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시간이 많이 걸린 것에 대한 엉뚱한 화풀이일 수 있다.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짧은 시간에 투표를 진행해야 할 선거 당일에 있다. 사전투표와 같은 상황으로 진행된다면 투표장에서의 소란과 불만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대기 상황에 따라 투표를 포기할 수도, 선거일 투표와 관련해 거리두기가 무위에 그칠 수도 있다. 사전투표와 다르게 투표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긴 대기시간은 방역활동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 대한 투표열기는 이미 선관위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여러 여건이 부정적이지만 유권자들의 투표의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사전투표율이 이를 확인시켜준 셈이다. 그러나 역대최고의 기록은 한편으로 제도가 거듭됨에 따라 상승 추세를 보이는 사전투표에 대한 선호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선거 당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여가를 즐기는데 남은 시간을 써왔다는 점도 코로나 방역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해 외부활동과의 격리 상황이 두달을 넘기면서 많은 국민들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선거 당일, 투표장 상황이 여의치 못할 경우 선거라는 특수성이 국민들의 방역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도 마스크 없이 야외활동을 하거나, 거리두기에 역행하는 일들이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확진자 발생 추이가 꺾였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해외유입자도 그렇지만 완치자의 재확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닌 것이다. 심지어 방역당국에서 생활방역의 일상화를 예고할 정도다. 따라서 자칫 투표와 투표장을 통해 거리두기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가일층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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