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기로 놓인 택시업계 '친절'이 답이다

이경재 충북택시운송조합 이사장.

28년 만에 충북택시운송사업자조합 수장이 교체됐다. 주인공은 제천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이경재(61) 이사장이다. 그는 위기에 직면한 택시업계도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간절한 호소로 당선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사장 자리에 오르고 보니 직면한 과제가 산더미다. 이에 중부매일은 택시현안 해결을 위한 그의 비전과 구체적인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아직 충북택시는 90년대 경영 마인드에 묶여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에서 택시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될 겁니다."

이경재 이사장은 2020년이 향후 택시업계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울 때 어떻게 살아남는지, 카카오T 등 대기업 플랫폼 시장의 잠식을 어떻게 막아내는지가 생존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경재 이사장이 취임 후 조합원들에게 가장 먼저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정확했다. 그는 택시 서비스 질 향상만이 살아남을 길이라며 '내릴 때 웃는 택시'를 만들자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현재 진행 중인 택시감차사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이다. 택시 포화도를 낮춰 서비스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택시가 너무 많아지면서 기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로 인해 피로도가 쌓인 기사들 중 일부는 불친절, 난폭운전 등으로 택시의 서비스 질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우선적으로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구조를 만들어 '택시를 이용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택시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새로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비스 향상을 위한 이 이사장의 첫걸음 청주시민 콜 등 지역기반 택시 앱의 질적 향상이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증명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역화폐의 가치"라며 "우리택시도 각 지자체와 협조해 현재 정리되지 않은 지역콜을 통합하고 각종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역콜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지역화폐처럼 이용금액에 따른 적립금 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10회 이용 때마다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을 주는 등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아이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또 카카오T 등에 뒤처지지 않는 도달시간 확보, 교통약자·노약자 등을 위한 배려 시스템도 도입한다. 기업 플랫폼이 할 수 없는 공공성까지 확보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도 지역 특수성에 따라 나눠진 '청주공항 콜', '오송콜', '옥산콜' 등도 지역 기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이 이사장이 이처럼 새로운 택시 앱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이미 지역시장 잠식에 나선 카카오T 때문이다. 대기업의 데이터와 자금력이 통제 없이 들어온다면 결국 지역 택시회사는 대기업의 자회사로 전락한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판단이다.

이 이사장은 "카카오T와 같은 플랫폼 택시의 부작용은 이미 이를 도입한 서울과 대전, 대구 등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단순 중계사업(현재 충북)에서 플랫폼 제공으로 영업형태가 바뀌면 지금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배달의민족 앱'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청주에 카카오T 콜이 3만콜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운행 중인 청주시내 택시(약 4천대)에 골고루 뿌리는 형태의 중계사업을 하고 있는데, 택시회사 중 일부가 카카오T와 계약을 맺으면 가맹회사 택시에 우선권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의 일명 '깃발꼽기'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어 "당연히 대기업 플랫폼을 이용하는 회사와 기사는 수익이 늘어나겠지만, 1~2년이 지나 대기업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나 광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기업의 입맛에 못 맞추는 택시회사는 재계약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이 이사장은 "지역시장보다 큰 공룡급 대기업의 진입은 앞에서 강조한 문제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며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미 수많은 영세기업들이 대기업의 욕심에 문을 닫아왔다"며 "충북택시는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우리와 충북개인택시조합과 손을 잡고 플랫폼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52개 충북택시회사(총 54개)가 참여한 가운데 협약식을 맺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결의대회 등도 연이어 개최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충북택시가 도민들에게 외면 받은 것은 28년 독재로 변화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택시개혁을 위한 개혁과제를 진행하는 동시에 현재 조합 정관에 있는 무제한 연임규정을 올해 12월 총회 때 1회 연임 가능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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