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연애'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미국식 발음으로는 '로맨스', 영국식 발음으로는 '로망스'라고 발음한다.

로맨스라고 발음하면 연애소설이 먼저 떠올려지는 반면, 로망스라고 발음하면 중학생 시절 어설프게라도 연주를 해봐서인지, 기타로 자주 연주되는 스페인 민요 로망스라는 곡이 떠오른다.

연애소설이든 기타연주곡이든 Romance라는 단어는 분명 달콤하고 설레이며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임에 틀림 없다.

고등학교 시절, 주변에 유난히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독립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자취방이나 하숙방에는 항상 몇몇의 친구들이 모여 인생이나 사랑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기타를 튕기면서 노래를 부르며 밤 늦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요즘에는 겨울에도 큰 눈을 만나기가 어렵지만 예전엔 삼한사온이라고 해서 삼사일간 따뜻한 날이 온 후에는 또 한 삼사일 정도 무척 추운 날들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였는데, 눈 내리는 날도 많아서 생각해보면 눈에 얽힌 추억도 참 많다.

그날 밤도 흰눈이 펑펑 내려서 눈이 발목까지 골목에 쌓이던 날이었다.

우리는 여느때처럼 내덕동 연초제조창 근처 친구의 방에 모여 기타치고 노래도 부르며 놀고 있었는데, 한참을 놀다 보니 인섭이라는 친구가 안보이는 것이었다.

함께 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러고 보니 아까 나갔는데 아직도 안왔네" 라고 말하며 그제서야 인섭이라는 친구의 부재를 인식하는 듯 했다.

늦은밤이었고 눈도 펑펑내리고 있던 터라 다들 걱정이 돼서인지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한마디씩 하고 있었는데 방문이 열리고 함빡 눈을 맞아 얼음물에 빠진 것 같은 모습으로 인섭이가 들어왔다.

어디 다녀왔느냐고 물어 보니 짝사랑하는 여자아이가 있는데 눈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도 보고 싶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그 아이가 사는 집 골목까지 같는데, 불러낼 방법이 없어 혹시나 심부름이라도 나오면 얼굴만 보고 오려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왔다는 것이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고 늦은시간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집으로 전화라도 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던 시절이었으니 집 앞 전봇대에 달려있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여 혹시나 하며 무작정 기다렸던 것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 이런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 지나간 시절 내가 짝사랑하던 아이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가슴 아프도록 그리운 옛 기억속의 소녀는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보니 노란색 가로등은 예전과 다름없이 골목을 비추어주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지 나무의 잔가지들이 심하게 흔들리는데, 오디오에서는 Claude Williamson Trio가 연주하는 'My Romance'라는 피아노곡이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박자라도 맞추 는 듯 흘러 나온다.

낭만적인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33년전 내가 소년이었던 그때로 잠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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