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미 차장·금산주재 차장

지난해 오월이었다. KBS 1TV 스페셜 주제는 '서울나무, 파리나무'였다. 같은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서울에서는 볼품없고 앙상한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는 어떻게 건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 이유를 찾아 나선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은 30년 넘게 1만5천본 이상의 나무를 절개해 올바른 전정법을 연구한 프랑스 학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과학적 수목 관리 필요성을 꼬집었다. 마치 숲속 나무처럼 전정을 거의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잔가지, 껍질에서도 건강함이 느껴지는 가로수 영상은 오래도록 기억에서 떠나지 않았다.

봄이 되자 많은 자치단체들이 가로수 가지치기에 나섰다. 가지치기는 대부분 가로수 수형관리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다. 죽은 가지, 속가지, 웃자란 가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시야 확보와 안전, 도로 미관 등의 이유로 가지들이 잘려나갔다.

가지치기가 끝난 도로에는 나무토막처럼 볼품없고 앙상한 가로수만 남게 된다. 각종 민원에 시달리다보니 '가로수행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나무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행정에 방점이 찍힌다는 의미다. 주민들의 요구도 제각각이어서 가로수 담당 부서는 봄에 피로감이 가장 높다. 이 과정에서 '가로수정책'은 갈 길을 잃고 '가로수행정'만 남게 된다.

일부 민원인들은 나무에 직접 해코지를 하기도 한다. 파파라치 제도가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운전자가 가로수를 들이받으면 변상을 해야 하지만 마음먹고 해코지하는 민원인들에게 부과할 벌금 제도는 없는 게 현실이다.

많은 녹지분야 공무원들은 나무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가꾸며 일하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미 많은 자치단체들이 가로수 정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김정미 금산주재 차장
김정미 금산주재 차장

주민 여론을 수렴해 가로수 수종을 변경한 자치단체들도 많다. 대전은 이팝나무, 단양은 복자기 가로수를 심어 지역 명물로 만들었다.

산발적인 민원 해결보다 마스터플랜을 세워 가로수 정책을 펼치니 주민들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불편은 최소화하면서 지역 특색을 살린 가로수 정책,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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