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로 시행되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 휴일인 26일 청주시 문암생태공원에서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아이들과 놀이를 하며 휴일 오후를 즐기고 있다. / 김용수

올해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이 해맑게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황금 연휴인 5월 5일까지 2주간 추가 연장하면서 전국 어린이날 행사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달 넘게 실시하고 있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난 19일 일부 완화하면서도 종교시설, 실내체육시설, 유흥업소, 학원 등 고위험 집단시설 4대 밀집시설에 대해 현재와 같은 방역 지침 준수 명령을 유지했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에다가 두달 이상의 실질적 격리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최근들어 주말 등을 이용해 휴양시설을 찾는 발걸음이 크게 늘었다. 더구나 거리두기는 물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무시하는 사례도 적지않아 추가 확산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이로 인해 5월초 황금연휴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 까 방역당국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에서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가중된 상황이지만 최대 고비로 떠오는 황금 연휴때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겠다는 응답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7%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로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피로감 원인은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답답함'이 68.8%로 가장 많았고 '외출을 못함'(58.3%), '여행이나 나들이 못감'(51.5%), '지인과 친지를 만나지 못함'(36.3%), '동호회, 취미 활동 중단'(23.1%) , '자기 계발 중단'(21.1%), '체육시설 이용 불가'(21.1%) 등 순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같은 피로감 누적에도 응답자 77.6%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93%는 '자신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해 확산세가 지금과 같다면 '생활속 거리두기'로 규제의 강도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지난달 18일 10명대로 줄어든 이후 열흘 넘게 이를 유지하고 있고 해외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한자릿수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신규 확진자의 70%가 해외 유입 사례라는 점을 들어 국내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추세라면 생활방역으로 사회 전체의 방역수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순차적인 등교개학 추진을 비롯해 조만간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검토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코로나19와 벌인 석달여의 전투가 막바지를 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올 가을 재유행 가능성 등 상황이 다시 악화될 여지가 있는 만큼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하물며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이뤄낸 성과, 세계적 모범사례가 허망하게 사라져서는 안된다. 이는 우리의 국격이며 국민들의 자긍심이다. 여러 여건이 방심을 부르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우리가 이룬 성과를 지키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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