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날씨생활] 이선기 청주기상지청장

하루하루의 '날씨'가 쌓이면 '기후'가 됩니다. 기후의 사전적 의미는 '긴 시간 동안 일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의 평균 상태'로 통계적으로는 30년 간의 평균을 의미합니다.

기후는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변화하기 마련인데, 그 속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2018년에는 충북 충주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로 기상 관측 이래(1972년)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폭염의 역사를 다시 쓴 뜨거운 여름을 보냈고, 작년은 충북지역의 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 평균기온(1.2도) 또한 극값 1순위를 경신하면서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로 기록됐습니다. 또한 근대 기상업무(1904년) 시작 이래 가장 많은 태풍의 영향(7개)을 받는 등 지구 온난화로 기상기록의 변동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충북 기후변화 전망보고서(기상청)'를 보면 현재 추세로 온실기체를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기에 충북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4.7도가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온대 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열대과일의 재배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하면서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청주에서 바나나가 열리고, 음성에서는 구아바, 진천에서는 패션후르츠가 재배된다고 하니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인 현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후변화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많은 것을 변화시킵니다. 북극의 빙하가 감소하면서 북극곰들이 살 곳을 잃고 굶주리게 되면서 마을까지 내려오기도 하며, 서로 잡아먹는 비상식적이고 충격적인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대륙 사막의 확장, 해수면 온도 증가로 인한 해수면 고도의 상승 등으로 극한기온과 극한강수,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게 되며,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식물 생태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감염병을 발생시키는 매개 동물의 수명이나 성장 환경, 서식지 분포가 변화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감염병 발생과 전파의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2016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순록 2천30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이상 고온으로 러시아의 서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일년 내내 얼어있는 토양)이 해동되면서 3만년 이상 잠들어 있던 탄저균 바이러스가 증식하게 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탄저균은 얼어붙은 사람이나 동물 사체에서 수백 년 동안 생존 가능한데, 탄저균이 발견된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35도까지 오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고, 녹은 동물 사체 등에서 나온 탄저균이 지하수로 흘러들어 12살 목동이 사망하고, 지역주민 8명 감염됐습니다. 기후변화로 우리는 더욱 새로운 감염병,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또한 최근 호주의 산불은 우리나라 남한 면적만큼을 태우고, 34명이 목숨을 잃고 10억마리의 야생동물이 죽는 등 재산 피해가 약 80조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최악의 자연재난의 원인은 기후변화와도 상관성이 큽니다. 최근 5년 동안 호주의 여름은 겨울보다 약 50% 정도 더 길어졌고, 작년은 사상 가장 덥고 건조한 해였습니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건조해진 날씨로 산불이 장기화되면서 대규모로 변한 것입니다.

이선기 청주기상지청장
이선기 청주기상지청장

기후변화는 빈번한 극한 기상과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적 변화로 우리의 일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직면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가적인 정책과 더불어 실생활 속에서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내일(來日)'을 만드는 건 바로 아주 작은 일이지만 의미있는 오늘의 '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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