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인류의 역사는 균과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의료 발달사가 이를 증명한다. 인류의 발전은 도전과 응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결과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인류의 모습이다. 인간의 의지를 강조한 프랑스의 인문지리학자 블라쉬(Paul Vidal de la Blache)에 의하면 자연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 예컨대 인간은 도시를 건설하고 거대한 구조물을 만든다. 간척사업을 하고 황무지를 개간한다.

과학의 발달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도 그동안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도전 중의 하나다. 하지만 강력한 의지로 맞서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노동인구의 절반이상이 재택근무를 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실시되었지만 업무성과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온라인 수업도 그렇다. 여러 지역에서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았지만 그렇다고 수업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었다. 종교 활동과 예배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 예배는 물론 승용차 안에서 예배를 보는 '드라이브 인(drive-in)' 방식도 등장했다. TV를 통한 '재택예배'도 일상화되었다. 한 마디로 과거 상상 속에서만 생각했던 것들이 응전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인간 의지의 한계와 이성을 뛰어넘는 오판에서 나온다. 인간을 살상할 목적으로 세균을 연구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인간의지의 오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한국인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관동군 제731비밀부대의 만행은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이 부대는 페스트, 탄저균, 콜레라 등, 치사율과 전염성이 매우 높은 균들을 이용하여 무기개발 실험을 했다. 한국인, 중국인, 몽골인, 러시아인 등 약 3천여명의 전쟁포로들이 마루타로 불리며 이 실험에 동원되었다.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후 영향을 인류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과 남은 과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나은 진화된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나아갈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 이는 전적으로 인간의 절제와 이성에 달린 문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에 의하면 세계는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19)의 시대인 'BC19'와 이후의 시대(After Corona19)인 'AC19'의 시대로 구분될 것이다. AC19 시대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될 것이며 원격시스템은 더욱 확대 된다. 동시에 개인적인 세계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여겨왔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삶의 모습은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인간의 지나친 이기심과 욕심이 인류 전체에 대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남은 과제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어떻게 인간의 의지를 선의로 활용해 갈 것이냐의 문제다.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우리사회에 남겨진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공공성의 충돌 문제도 심도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사적활동을 낱낱이 공개하는 방식은 커다란 문제로 드러났다. 감시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는 점에서다.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감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언급한 기술발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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