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언제부터인가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면 간호사들이 이름 뒤에 '아버님'을 붙여서 부른다. 처음에는 무척 어색하고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차츰 중년을 한참 넘었음을 느끼게 된다. 시내버스에서도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가 생기고, 아이들과 놀러갈 때도 아버지는 가만히 게시라고 한다. 늘 마음은, 아직은 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 왔고 나이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은 "얼마나 산다고 땅을 사고 나무를 심으려 하느냐?"고 원망스레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네 아버지들은 우리 나이 때에 무척 어른스럽고 위엄 있으셨다. 항상 의젓하셨고, 말이 없으셨어도 존경스러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말하시는 것이나 행동하시는 것이 품위가 있었으며 어렵고 힘든 일을 여쭈어도 명쾌하게 해답을 내시곤 했다. 아랫사람을 자상하고 인자하게 대하기보다는 엄격하고 격식을 갖추어 대하고 지적을 하시었다. 자식들도 예를 다하여 부모를 대하고 이웃 어른들에게도 결례가 하지 않도록 하여, 부모에 누가 가지 않도록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았다. 어른들은 자식이나 아랫사람을 만날 때마다 예의를 강조하고 행동거지를 올바르게 하도록 늘 지도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하여 나이 많은 사람이 존경을 받고 위엄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소위 말해서 '나이 값'을 하며 살아가기가 쉬운 여건이 아니다. 힘이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말로써 어른다운 대우를 받고 위치를 찾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름 준비를 해야 한다. 말은 신중해야 하고 말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며 말수는 줄여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예를 들어 가면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행동함에 있어서도 모범을 보여야 하고 헛된 움직임에 대하여는 사과하고 인정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차분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한세대가 가고, 한세대가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왕연에 잘나가고 세상을 좌지우지 했던 것은 다 잊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힘없는 노인들의 옛날 젊은 시절의 영웅담에 대하여는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사에 대하여 투정을 부리거나 대안이 없는 충고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모르는 척 어리석은 척하고 슬쩍 넘어가고, 가족이나 사회로 부터 소외받고 외로움이 밀려오더라도 서글퍼하기 보다는 자신을 위한 기회를 만들고, 자신을 위하여 사색하는 시간을 갖도록 애써 노력하는 것이 좋다. 노년의 시간은 금이다.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가면서 익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의 짐이나 서운한 감정, 권위와 자존심은 버려라. 인생의 실패를 탓하고 성공을 기뻐하기 보다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돌아보고 생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고마워하고 이해하며 살아갈 때 존경과 믿음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주변인에게 사람이 늙어 가면서 잊어버리는 것, 또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말하고,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이해하고 바로 잡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진심으로 전해 주어야 한다. 순탄하고 굴곡 없이 늙어 가기 위해서는 계획적으로 나이를 먹고, 생각하면서 늙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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