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 중 청주, 천안, 서산, 아산 등 충청권에서만 대규모 청약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분양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청주 부동산시장에서는 '과잉공급'이 불러온 부작용으로, 분양물량 조절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용수

1조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첨단연구시설인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의 청주 오창 입지가 확정되면서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개발 호재가 따르는 지역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투자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도 9조원이 넘는 경제효과와 13만명이 넘는 고용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7~8년이 걸리는 등 지금의 부동산 열기는 개발이익에 대한 '김칫국'으로 보기에도 너무 빠르다. 코로나로 인해 갈 곳을 못찾던 투기세력과 자금이 만든 거품이 아닌지 따져봐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오창읍의 한 아파트 단지는 일주일사이에 거래가격이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호수공원을 끼고 있는 대규모 새 단지로 인기가 있었는데 방사광가속기 유치 발표이후 전국적으로 전화문의가 쏟아지고 찾아오는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매물로 나온 집들의 호가가 날개를 단 것이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도 며칠사이에 매매가가 수천만원 올랐으며 유치 확정후 거래물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도 청주 오창은 전국 최상위를 찍었다.

심지어 오창이 꿈틀대자 일부 청주시내 아파트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최근들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일부 호재 지역들의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요동치고 있다. 충청권도 정주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 특성상 여건 변화에 의한 가격 움직임이야 따질 것이 없지만 수요·공급과 무관하게, 바람과 분위기에 편승해, 장밋빛 청사진에 혹해 이뤄지는 것들은 경계해야 한다. 호재라고 해도 그 내용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실체가 확실치 않은 거품에 속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오창 부동산의 움직임은 수도권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인천 연수·송도, 수원 영통, 용인 기흥 등의 부동산 가격이 개발호재를 타고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실 거래보다는 투자 문의를 통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도권 전체의 신규 아파트 청약열기가 다시 뜨거워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제한적이지만 부동산 투기 바람이 걱정되는 이유다. 더구나 이들 지역은 호재가 적용됐거나 개발이 끝나가거나, 조만간 반영될 곳이어서 오창과는 여건이 다르다. 다시말해 오창의 가격 급등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오창지역 부동산 가격을 주목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어설프게 발을 들였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이 많으면 지역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청주권 신규분양이 몰린 상황에서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따른 과잉공급이 우려되는 판이다. 공원지역과 재건축·재개발도 만만치 않다. 하나같이 아파트 가격을 뒤흔들 것들이다. 2~3년뒤 가격 급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데 7~8년을 내다 본 투자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부동산 투기의 피해는 지역에서도 수차례 경험했다. 거품은 의외로 쉽게 이뤄지고 그 모든 부담은 실수요자에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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