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1985년 12월 21일 서울에 있던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 캠퍼스가 충북 청원군(현 청주시) 남일면으로 이전했다. 남일면 주민들은 '우리나라 최고 교육기관이 온다'며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이들을 반겼다.

제5공화국으로 불린 이 시절 공사의 위상은 남달랐다. 제복을 입은 생도들은 청주시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자랑이었다.

그러다보니 남일면 주민들에게 공사 훈련기 소음·비행기 추락의 위험 따위는 국가안보를 위해, 또 지역을 위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35년이 지난 지금, 나라만 생각했던 남일면 주민들은 후회를 말한다.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설명 없이 짓밟힌 자신들의 인권을 찾길 바라고 있다.

지난 2011년 훈련기 추락사고 당시 공사는 보안사항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취했다.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했다. 그렇게 사건은 잊혀지고 9년 후 사고가 재발했다.

지난 8일 남일면 논바닥에 공사 훈련기가 떨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기자


사고현장에서 진행된 공사 브리핑에서는 '위급상황에서 잘 대응했다'는 자위만 있을 뿐, 주민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심지어 다음날에는 다른 훈련기를 보란 듯이 날렸다. 공사는 '우리 소속 비행기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주민들은 무책임한 대응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6월은 농민들에게 지독하게 바쁜 시기다. 남일면 주민들은 농사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시간에 비행기 추락사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사가 5공화국에서나 볼 법한 특권의식에서 벗어났다면, 군 보안이라는 울타리를 낮추고 주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70이 넘은 어르신들이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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