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충북도내 경로당이 4개월째 폐쇄된 가운데 무더위를 피해 시골 어르신들이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충북도내 경로당이 4개월째 폐쇄된 가운데 무더위를 피해 시골 어르신들이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제공

"어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팔은 좀 괜찮아지셨나요?"(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9988행복나누미 이경임 강사)

"고마워. 선상님이 사다준 베지밀과 빵을 먹고 많이 좋아졌어."(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김성옥(91) 할머니)

충북도내 경로당 4천176곳이 코로나19 여파로 폐쇄된 지 4개월째. 매일 경로당을 찾아 도란도란 둘러앉아 정겨운 애기를 나누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은 갈 곳이 사라졌다. 부쩍 날씨가 더우지면서 어르신들은 경로당 폐쇄가 더욱 속상하다. 자물쇠로 채워진 경로당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땀을 식히기 위해 고작 부채 하나에 의지해 나무 밑에서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게 하루 일과다. 이런 어르신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9988행복나누미 강사들이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9988행복나누미 230명은 코로나 정국에서 더욱 바빠졌다.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안부를 확인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건강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여파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찾아 풀 뽑기, 과일 솎기, 마늘 캐기 등 농촌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한종수(82) 할아버지는 "무릎 수술로 고추밭 지주대, 유인줄을 설치할 수 없어 걱정이었는데, 9988행복나누미 강사가 팔 걷고 나서 도와주었지"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군 단위 지회 소속 9988행복나누미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마스크도 직접 만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단양군지회 9988행복나누미들이 마스크 500개를 제작해 홀몸노인과 차상위계층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보은군지회 나누미들도 한 달 동안 마스크 5천개를 만들어 기증했다.

9988행복나누미의 전화 상담도 도심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단양군에 사는 임춘옥(90) 할머니는 "몸이 아프지만 약국이 멀어 파스를 사러갈 수 없어 걱정하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들은 9988행복나누미가 선뜻 파스를 사서 집으로 찾아왔어. 얼마나 고맙던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엄기준(95) 할아버지는 "보호사가 퇴근한 후 갑자기 집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나누미한테 전화가 와서 말했더니 인근 경로당 회장에게 연결해줘서 문을 수리할 수 있었어"라며 고마워했다.

김광홍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은 "경로당 폐쇄 장기화로 노인들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충북에는 9988행복나누미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사각지대 위기 노인을 조기발견하고 심리·정서적 지지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 및 사회적 돌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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