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날씨생활] 이선기 청주기상지청장

 

출처 pixabay.com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칠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가뭄보다 장마를 더 두려워했다. 가뭄도 힘들지만 장마로 인한 수해(水害)가 더 힘들다는 선조들의 경험이 담긴 말이다. 장마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마 기간은 통상 6월 말~7월 말 약 한 달이다. 이 기간 충북을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약 360㎜의 비가 내리며, 연 강수량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이 비는 생활·공업·농업용수로 활용한다. 또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를 내리는 장마는 대기를 정화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고, 건조한 땅의 습도를 높여 산불을 예방하고 봄철 가뭄을 해소한다. 이처럼 장맛비는 많은 기능이 있으며, 그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크다. 반면 우리 조상들이 두려워했 듯 장마로 인한 홍수, 침수, 산사태와 같은 수해 피해를 간과할 수 없다. 최근 10년(2008~2017년) 간 충북지역에서 장마를 포함한 여름철 호우로 발생하는 피해액은 968억원으로 매해 약 97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는 전체 기상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액의 86%에 달한다.

충북지역의 호우는 대부분 장마전선 상에서 발생했다. 청주지역의 1967년 기상 관측 이래 하루 동안 강수량이 많았던 날을 순위로 나타냈을 때 10위권 중 7번이 장마전선이 원인이 돼 나타났다. 지난 2017년 7월 16일 하루 동안 청주지역에 290.2㎜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를 가져다 준 사례도 장마전선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장마 기간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리고,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마는 기상학적으로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장마전선은 남쪽의 습하고 따뜻한 공기덩이와 북쪽의 찬 공기덩이 사이에서 형성되고, 장마 기간 세력 다툼을 하며 남북으로 오르내린다.

이러한 특징으로 장마 기간 내내 비가 내리진 않는다. 반면 이러한 세력다툼이 한 지역에서 정체한다면 많은 양의 비가 지루하게 내리게 된다. 충북을 포함한 중부지방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으로 771.7㎜의 비가 내렸으나 강수량이 가장 적었던 해는 1973년으로 86.3㎜를 보였다. 장마는 해마다 변동성을 갖게 되며, 동일한 강수량을 보이진 않는다.

최근 들어 장마의 특성이 변화되고 있다. 과거(1973~1993년)에 비해 최근(1994~2017년) 여름철 강수량이 8.5% 증가하고, 특히 장마 종료 후 강수량이 17.3% 증가하는 등 과거에 비해 많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장마 기간 국지적으로 내리는 비는 전형적인 장마라기보다는 한반도 기후 변화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의 형태를 보이고 있고, 비가 오는 지역과 오지 않는 지역이 뚜렷하여 강수량의 차이도 극명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선기 청주기상지청장
이선기 청주기상지청장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한 섣부른 준비는 위험천만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재기관에서는 장마 기간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여 기상재해가 없는 충북이 돼야 한다. 정확한 예보는 기상청의 숙명이자 난제이지만 청주기상지청은 충북도민의 안전과 기상재해 저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