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마스크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여러 상황과 변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상징적인 물건이 마스크다. 이전에도 보건용으로, 산업용으로 혹은 문화예술용 또는 제례용, 변장용 등으로 사용되면서 친숙했던 물건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의도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코로나19가 불러온 방역의 신세계는 마스크로 시작됐으며 여전히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가장 손쉬우면서 효율적인 방역물품이자 활동 역시 마스크다.

마스크 즉 가면은 인류가 걸어온 발걸음과 함께 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원시시대에는 주술적 목적으로 초자연적인 대상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됐으며 이는 종교의식으로 발전해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같은 용도로 쓰고 있다. 고대 역사는 싸움터나 정치적 무대에 마스크가 등장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연극 등 예술활동을 보다 풍성하고 화려하게 꾸미는 데도 마스크의 역할이 컸다. 이후 산업화의 영향으로 산업용 마스크가 자리를 잡더니 언제부터인가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에 우리는 마스크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서양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눈 주위나 입과 코, 또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것 자체를 수상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건용 마스크를 처음으로 대중화한 나라가 미국이라고 한다. 1차대전후 창궐했던 스페인독감을 막기 위해 체포·구금까지 할 정도였다. 당시 동양도 상황은 비슷했는데 일본에서 착용읕 권장하는 내용의 문서가 발견됐다. 그만큼 보건용으로 마스크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오래전 검증됐음을 말해 준다.

이처럼 감염병 차단에 효과적이다 보니 코로나 확산 초기는 그야말로 '마스크 전쟁'의 시기였다. 5부제와 디지털 격차라는 신풍속도를 그려내며 지금도 시행되는 공적마스크도 그렇지만 확산예방을 위한 거리두기를 무색하게 만든 줄서기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을 듯 싶다. 그런 까닭에 마스크는 코로나19로 인해 나뉘어진 코로나 이전(BC)과 이후(AC) 시대를 구분하는 잣대가 될만 하다. 감염병이 일상의 한귀퉁이를 차지한 마당에 마스크는 생활화를 넘어 삶의 필수품이 됐으며 건강은 마스크와 함께해야만 가능해지는 단어가 됐다.

어느 때보다 귀해졌던 마스크가 최근 일부 국가에서 천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물량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진국들이 원색적인 갈등을 빚어던게 엊그제인데 지금은 프랑스 등이 재고처리에 골치를 썩을 정도다. 반년만에 생산량이 50배 가량 늘어난 중국은 업체의 90%이상이 머지않아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도 뒷북생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데 우리라고 다르지 않을 듯 싶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감염병과의 전쟁 상황은 언제 마스크 품절을 소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이같은 마스크의 주가는 아마도 '백신'이라는 '생체 마스크'가 나오기 전까지 유효할 듯 싶다. 더구나 백신이 개발돼도 몸으로 이겨내기에 앞서 또 다른 바이러스 등 외부의 침투를 차단하는데 마스크만한 것이 없어 가치는 여전할지 모른다. 그런 만큼 이제는 마스크를 얼마나 유용하게, 효과적으로 이용하는냐에 따라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비위축 등의 경제적 문제를 최소화하는데도 마스크가 효과적이다. 피할 수 없는 마스크시대, 이제는 '슬기로운 마스크생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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