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일찍 시작한 무더위는 장마를 몰고 올라옵니다. 장마가 지나가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됩니다. 이제 여름이 한 달이 빨라진 느낌입니다. 일찍 시작한 여름에 더불어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은 사람을 피해 자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자 하는 본능은 도심에 사는 사람들을 숲으로 불러옵니다.

여름의 숲은 짙은 녹음으로 가득합니다. 숲길을 걷다 보면 흐르는 땀과 함께 나무 밑에는 검은깨 같은 것들이 바닥에 가득 떨어집니다. 동글동글한 작은 알갱이들이 떨어지는 곳을 찾아보면 나뭇잎이나 줄기에 노란색 송충이들이 가득합니다. 수십 마리가 모여있는 것을 보면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조차 닭살이 돋을 정도로 놀랍니다.

솔잎을 먹고 산다고 붙여진 송충이와 닮은 이 애벌레는 사실 송충이는 아닙니다. 송충이는 솔나방의 유충으로 소나무속의 나뭇잎을 먹고사는 애벌레입니다. 예전에는 송충이들이 많아 지속적으로 방제를 해 지금은 송충이가 많이 줄었습니다. 송충이와 닮은 이 애벌레는 바로 매미나방 유충입니다. 매미나방은 오래전부터 중국, 한국, 일본, 미국에 서식해왔던 나방인데 최근에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주목받는 곤충입니다. 매미나방은 수컷이 몸길이가 2㎝ 아래며 암컷은 4㎝로 암컷이 훨씬 큽니다. 그러다 보니 몸집이 큰 암컷은 잘 날지 못하고 작은 수컷이 밤낮으로 바쁘게 암컷을 찾아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영어권에서는 집시나방으로 불립니다.

매미나방의 암컷이 가을에 알집을 만들어 붙여놓으면 알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4~5월에 애벌레가 부화합니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먹이를 먹으며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애벌레 상태를 보냅니다. 그 후에 번데기가 되고 7~8월에 나방으로 우화 합니다. 요즘 만나는 애벌레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몸집도 큰 상태입니다. 매미나방의 애벌레는 나무를 가리지 않고 나뭇잎을 먹어치우는데 1마리가 평균적으로 1천200㎠ 정도의 잎을 먹습니다. 대략 1마리가 나방이 되는데 10㎝ 정도의 신갈나무 잎을 10장 이상 먹어야 합니다.

다만 애벌레 숫자가 너무 많아서 나뭇잎이 하나도 남아나질 않고 휑한 나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나무 종류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과수에도 큰 피해를 입히는 해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매미나방은 독나방과로 애벌레 몸에는 바늘 모양으로 독침 털이 빽빽하게 나있어 찔리면 통증과 함께 염증이 날 수 있습니다. 벌과 비교해서 독이 약하기 때문에 통증은 약하지만 찔리면 잔가시를 제거하고 냉찜질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매미나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인이 무엇일까요? 확실하게 원인은 밝힐 순 없지만 곤충은 기온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페루와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에 엄청나게 많은 메뚜기떼가 발생해서 농작물을 초토화시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메뚜기떼의 발생원인은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메뚜기가 알이 낳기 좋은 기후조건이 되면 더 많은 알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가 메뚜기 알은 기후조건이 나쁘면 알에서 깨어나지 않는 휴면 능력이 있어 기후가 좋은 해에 다 같이 알에서 깨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의 원인의 공통된 점은 바로 기후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난겨울은 따듯한 겨울이었습니다. 그래서 봄꽃도 일찍 피웠고 나뭇잎도 일찍 잎을 내었습니다. 나아가 비도 적당히 내렸고 기온이 높아 매미나방 알이 부화하기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미나방이 급격하게 발생된 원인으로 보입니다.

기온이 높아진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기후변화에서 이제 기후위기 시대라 불리는 이유가 이렇게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 가뭄, 폭염, 한파 등의 기상현상 외에 식물의 전염병이나 바이러스병, 곤충의 급격한 발생, 피해를 입히는 외래곤충의 유입, 고산식물의 멸종 등 주변 생명에 대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인간은 자연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점점 주변의 생명들에게 발생하는 이상 현상은 언젠가 생태계를 돌아 인간을 위협할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입니다. 우리와 앞으로 살아갈 우리 자손의 생존권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국가정책과 실천을 요구하고 우리도 행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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