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 1950~1960년대 대한민국의 어두운 투표 문화를 일컫는 부끄러운 표현이다. 말 그대로 유권자에게 고무신(막걸리)을 사주면 표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횡행했다. 돈선거가 되나보니 공약은 무관심이었다. 인물의 됨됨이와 능력을 따질 겨를도 없었다. 그저 배골던 시절을 교묘하게 파고든 부정 선거였다. '선거는 돈이다'는 창피한 자화상을 지워버리기 위해 제정된 법이 공직선거법이다.

1994년 3월 16일 제정된 공직선거법은 공정하게 선거가 치러지고, 선거 관련 부정을 방지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정치자금법도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해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두 법은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엄격히 차단하기 위해 처벌 규정도 그 어느 법보다 강력하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과정에서, 정치자금법은 정치활동 내내 감시자 역할을 한다. 이 법으로 금권선거는 확실히 뿌리가 뽑혔다. 물론 애매한 규정 등으로 인한 해석의 차이로 정치인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하소연이다.

돈선거가 자취를 감추는 듯 하다가 수년 전부터는 그 대체재로 '직(職)'을 보장하는 고차원의 부정 선거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극소수 단위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정 행위를 잡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다보니 '자리'를 건 부정 선거가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이로 인한 선거 후 논공행상 잡음은 늘상 존재해왔다. 대개는 설득과 이해를 통해 선거캠프 담벼락을 넘지 않은 채 조용히 마무리되지만 둑이 터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까지 치닫는 경우도 있다.

이번 선거 이후가 그렇다. 어떤 의원실은 보좌진을 통째로 뒤집었다고 한다. 일괄사표를 통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의원실은 일정 시간 이후에 나가는 조건으로 자리를 줬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급기야 보좌진 인선 과정에 불만을 품고 선거관리위원회 제출용이 아닌 감춰진 회계보고 서류를 수사기관에 들고 들어간 경우도 발생했다. 내부 고발 이유가 우후죽순 흘러나오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사실은 아무 것도 없다. 고발 배경이 '자리'를 둘러싼 내부 불만의 폭발이든지, 단순 공익 제보이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선거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면 그 만큼만 책임지면 그만이다. 반대로 반칙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온갖 흉흉한 '설(說)'도 무시하면 된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검찰수사에 당당히 임하면 그만이다. 검찰도 '의원' 신분이라고 사정을 두면 안 된다. 다른 인적 배경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참에 논공행상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여도에 따른 중용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의 크기와 직의 고하가 정비례하면 안 된다. 능력과 자질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답게 제대로 일 할 수 있다. /사회부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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