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실 다가가기 위한 또 하나의 '기억전쟁'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2018년 충북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밝히는 책 '기억전쟁'을 출간했던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골령골의 기억전쟁'을 출간했다.

저자는 20여년 동안 한국전쟁 전 후 민간인 학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중에서도 '민간인 학살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대전형무소 재소자들에 대한 진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 대전형무소는 전국 주요 정치·사상범의 집결지였다. 제주 4·3사건 관련자, 여순사건 관련자들 상당수가 이곳에 수감돼 있었고,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으로 검거된 거물 정치인 이관술과 송언필도 이곳에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한 달여 동안 5천~7천여 명이 집단 학살됐다는 사실이 보도된바 있지만, 피해자 개인의 삶과 유족들의 삶까지 담긴 기록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유형별로 피해자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50여 명의 유가족 및 사건 목격자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인터뷰했다. 기사는 2019년 4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됐으며, 이후 원고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골령골의 기억전쟁'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는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부역 혐의자를 다뤘다. 제2부에서는 4·3사건 관련자를, 제3부에서는 여순사건 관련자를, 제4부에서는 적대세력에 의한 사건과 그 밖에 잊힐 뻔했던 학살사건 사례를 다뤘다.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죽은 사람들과 죽지 못해 살아온 유족들의 이야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체포와 죽음으로 삶이 꺾여버린 피해자, '빨갱이 가족'이란 굴레를 쓰고 연좌제의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의 삶과 천신만고 끝에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재구성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삼촌이며 형이며 동생이었던 사람들. 그들은 왜 영문도 모르고 죽어야 했는지, 누가 죽였는지, 얼마나 죽였는지, 기억하고 질문하고 규명하지 않는다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목숨을 이대로 어둠 속에 방치한다면 우리는 이 비극으로부터 끝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간절하게 전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개정된 과거사법이 처리됨에 따라 오는 11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으로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그 진실규명 작업에도 소중한 자료로서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만순 씨는 2002년 창립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일했으며, 이후 충북 도내 마을 조사, 문헌자료 수집 및 연구, 구술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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