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주민우 옥천 동이초 교사

아보카도라는 과일을 아시나요? 아보카도는 '숲 속의 버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질감과 풍부한 영양가, 거기에 초록색 예쁜 빛깔까지 더해져 현대인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과일입니다. 저는 며칠 전 과일가게에서 다섯 알의 초록빛 아보카도를 샀습니다. 아보카도는 껍질이 검붉은 색이 될 때까지 익혀 먹는 과일이라고 하기에 며칠이라는 꽤 긴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첫 번째로 검붉게 변한 아보카도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 일까요? 첫 번째 아보카도가 잘 숙성되니 갑자기 다른 아보카도들도 몇 시간 새 검붉은 빛을 띄며 익어버렸고, 하루가 지나자 남아있던 모든 아보카도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상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범인은 바로 '에틸렌'이라는 기체였습니다. 에틸렌은 과일이나 채소가 익어가며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식물 호르몬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식물 호르몬들과는 달리 기체라는 것이 매우 독특한데요. 에틸렌은 식물의 숙성과 노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초록빛이 맴돌던 바나나 송이가 어느 순간 달콤한 향을 내며 노랗게 숙성되고, 순식간에 검은 반점을 띄며 물컹물컹하게 변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게 바로 먼저 익어버린 바나나에서 발생한 에틸렌이 바나나 송이 전체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사과와 바나나에서 에틸렌이 많이 발생한다고 하니, 아직 숙성되지 않은 과일을 빨리 후숙시켜 먹고싶다면 사과와 바나나와 같은 과일과 함께 보관하면 됩니다. 반대로 과일을 천천히 익혀 먹고 싶다면 따로 떨어뜨려 보관하거나 용기 등을 이용해 개별 포장하면 되겠죠.

이 에틸렌을 가장 먼저 이용한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아직 익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숙성시키기 위해 그것들을 상처 난 무화과와 함께 보관했다고 합니다. 과일에 상처가 나면 에틸렌이 더 많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또한 외국에는 '썩은 사과는 혼자 썩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에틸렌 가스를 방출하는 썩은 사과의 모습을 잘 표현한 속담으로, 우리나라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라는 속담의 뜻과 비슷하네요. 이 뿐 아니라 에틸렌은 식물 뿐 아니라 원유나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도 방출됩니다. 에틸렌은 다양한 석유화합물로 가공돼 사용될 수 있어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에틸렌 분자들을 서로 중합 반응시키면 사슬 모양으로 결합되는데, 이것이 바로 '폴리에틸렌'입니다. 폴리에틸렌은 함량에 따라 저밀도 폴리에틸렌은 투명하고 유연한 비닐, 필름, 코팅 제품들로 만들어지고,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단단한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뚜껑 등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주민우 옥천 동이초 교사
주민우 옥천 동이초 교사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플라스틱을 뚝딱 만들어내고, 과일을 맛있게 익혀주기도 하는 만능 해결사 에틸렌에 대해 잘 알아보았나요? 이제 에틸렌의 특성을 잘 활용해 과일이나 채소를 신선하게 보관하고 맛있게 섭취할 수 있겠죠?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집콕' 여름이 예상되는 만큼 건강한 과일 및 채소 섭취와 적절한 운동으로 올 여름을 슬기롭게 이겨내시길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