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장기미제사건 해결 … 살해 15명·성폭행 9명 수사 결론
1991년 청주서 두달 간격 여고생 등 강간살해·94년 처제살인

청주서부경찰서(현 흥덕경찰서) 강력5반 김시근 형사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이춘재씨를 조사하고 있는 것을 보도한 중부매일 신문기사 스크랩(1994년 1월16일자 15면).
청주서부경찰서(현 흥덕경찰서) 강력5반 김시근 형사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이춘재씨를 조사하고 있는 것을 보도한 중부매일 신문기사 스크랩(1994년 1월16일자 15면).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30년 가까이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온 충북 청주 여고생·부녀자 살인사건은 이춘재(57)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주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이춘재로 결론 내렸다. 이춘재는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일삼았다.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춘재의 소행으로 밝혀진 14명의 살인사건 중 피해 여성 2명은 1991년 충북 청주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춘재는 1990년 후반부터 청주와 화성을 오가다가 1991년 7월 청주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했다. 이 시기에 이춘재는 청주 여성 2명을 상대로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사건 발생 29년 만에 드러났다.

이춘재는 1991년 초순 두 달을 간격으로 청주에서 여고생과 부녀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이춘재는 1991년 1월 26일 청주시 복대동 공사현장에서 당시 15세였던 여고생 박모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다음 날인 27일 오전 하수관 흉관에서 쪼그려 앉아 숨진 채 발견된 박양은 입이 속옷으로 막혀 있었고, 양손은 뒤로 묶여 있었다. 박양은 인근 방적 공장 기숙사에서 나와 집으로 가던 중 납치돼 변을 당했다.

이춘재는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한지 두 달이 채 안 돼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1991년 3월 7일 이춘재는 청주시 남주동의 한 가정집에서 당시 27세였던 부녀자 김모씨를 살해했다. 당시 김씨는 공업용 테이프로 눈이 가려져 있었고, 스타킹이 입에 물려져 있었다. 양쪽 가슴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도 있었다.

박양과 김씨는 이춘재의 12번째, 13번째 희생자다.

이후 1991년 4월 경기도 동탄면 반송리의 한 야산에서 또 다시 살인행각을 벌인 이춘재는 그해 7월 결혼해 청주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이 때까지 14명의 여성을 살해한 이춘재는 이번에는 결혼 4년차에 자신의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천륜을 저버리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매번 꼬리를 잡히지 않던 이춘재는 이번에는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1994년 1월 13일 청주시 복대동 자신의 집에 놀러온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한 뒤 둔기로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춘재는 범행 한 달 전인 1993년 12월 가정불화로 아내가 2살짜리 아들을 남겨놓고 가출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처제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아내가 가출한 이유는 이춘재의 폭행과 성적 학대 때문이었다.

처제까지 포함하면 이춘재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모두 15명이다.

하지만 이춘재가 마지막으로 벌인 14번째(화성 10차 사건) 살인행각 이후인 1991년 5월부터 처제를 살해한 1994년 1월까지 약 3년 간 살인 유혹을 억제한 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점은 석연치 않다.

이춘재가 잠잠했던 이 기간 청주에서는 모두 3건의 장기미제사건이 발생했다.

1992년 4월 18일 봉명동 음식점 30대 여성 피살사건, 1992년 4월 23일 강내면 고속도로 공사현장 알몸 여성 살인사건, 1992년 6월 25일 복대동 재료상사 20대 여성 피살사건 등이다. 3건의 미제살인사건은 모두 스타킹을 이용해 결박했다는 점과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춘재 연루 여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춘재를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 역시 경찰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이춘재의 모든 혐의에 대한 처벌은 공소시효가 지난 탓에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