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김현중 수곡중학교 수석교사

올해 우리 학교의 큰 계획은 모든 교사가 하나 이상의 동아리에 가입해 '함께 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이 중 내가 활동했던 그림책 읽기와 갈등전환을 위한 조정자 모임 동아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림책 읽기 동아리의 활동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정해서 일주일 전 나눠읽고, 매주 금요일 오후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림책의 소감과 함께 자신의 일상 속 고민을 나눴다. 그림책은 우리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좋은 끈이 됐다. 우리는 먼저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에 맞는 단어를 찾았다. 그리고 그 단어를 고른 이유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시작은 '빨강이 어때서'였다. 흰 고양이와 검정 고양이 사이에서 빨간 고양이가 태어났다. 난리가 났다. 가족 모두 빨강이를 흰색이나 검정색 혹은 얼룩무늬 고양이로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흰 우유 먹이기, 검은 생선 먹이기, 몸에 얼룩무늬 만들기 등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빨강이는 빨간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집에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집을 나가기로 용기를 냈다. 두렵고, 외롭고 슬펐지만,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다행히 길을 떠나서 파란 고양이를 만났다. 둘은 서로를 단박에 알아보고 사랑했다. 둘 사이에는 일곱 색깔 무지개색 고양이가 태어났다. 빨강이는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부모님의 집으로 향한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한 일인지, 그리고 이런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빨강이를 대하던 우리들의 시각을 돌아봤다. 특수반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자기네 반 학생들이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했다. 이 학생들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교사의 노력도 우리를 감동시켰다.

또 하나는 갈등 전환을 위한 조정자 모임이다. 학교는 매일매일 아주 다양한 갈등이 일어난다. 아주 익숙한 갈등인 듯하지만 속사정은 그 때마다 참 다르다. 하나를 해결한 듯하면 그 안에 또 다른 갈등이 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기회로, 관계 개선의 기회로 전환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에 동의하는 10여 명의 교사들이 매주 월요일마다 둘러앉았다. 우선 목표는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교사들은 학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꺼내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그 말이 끝날 때까지 듣기만 하고, 들을 때는 사실, 감정, 가치를 구분해가며 들었다. 듣기가 훨씬 쉬워졌다. 갈등 전환을 위해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을 돌아보아야 했다.

사람들은 보통 상대방의 작은 말에도 걸려 넘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말 속의 가시를 빼야했다. 그것이 '가시빼기'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가시가 되는지 알게 됐고, 가시를 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했다.

김현중 수곡중학교 수석교사
김현중 수곡중학교 수석교사

그러나 매주 모이면서 이런 가시를 빼고 듣는 연습을 하며 가시를 알아차리고 이를 고쳐나갔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말을 듣는 법과 내가 쓰고 있는 말에 깨어있게 됐다. 이 두 가지 활동으로 나는 여러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읽어야지 마음만 먹었던 그림책을 읽게 되었고, 마음을 나눌 동료가 생겼고, 말의 힘을 확인했고, 갈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했다. 다른 선생님들은 동아리 활동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든든한 동료를 만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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