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육아맘 맘수다' 시민기자

아이와 함께 하다 보면 어느 때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지 영 알 수 없다.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은 예고 없는 아이의 물음과 궁금증들로 곤혹을 치렀을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아이가 유치원도 태권도장도 못 다니게 되면서 그 막막함은 더 커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그 누구에게도 해답은 없다. 그나마 우리에게 허락된 공간 속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했을 뿐.

장을 보기 위해 방문한 대형마트에서 우연히 눈에 띈 보드게임 부루마블. 남편과 추억을 벗 삼아 이야기하기에도 좋고 마침 아이가 세계지도를 보고 세계의 국기와 수도 이름 외우는 것을 즐겨하던 참이었다. 문득 꽤 괜찮은 놀이 겸 교육이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다행히 가격도 무척 착했다.

처음 접하는 보드게임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아이는 주사위를 던지고 놀이판을 펼치고 말을 올리자 그야말로 신세계를 보았다. 물론 모든 일이 첫 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 주사위를 자기만 던지겠다고 하던지 자기가 마음에 든 도시로 말을 옮기는 등 그야말로 놀이 그 자체로 시작한 부루마블. 사실 아이가 외동인지라 규칙이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조금 더디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보드게임이 좋은 교육 촉매제가 돼주어 지금은 너무나도 감사하다.

우선 자기의 순서를 기다리게 하는 것과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질서 교육의 한 형태가 됐다. 공통 규칙을 지켜야만 원활한 게임이 진행된다는 것을 강조해서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부루마블 세계 편의 경우 세계의 도시나 국가들로 말판이 이루어져 있어 지도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구로 변신할 수 있다. 그리고 주사위 2개를 던져 나온 두 수의 합만큼 말이 전진하므로 간단한 암산 정도는 쉽게 교육이 가능하다.

특히나 이 게임은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게임 화폐를 쥐어주고 세계의 도시를 여행하며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통행료를 지불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등학교 수학 교과 과정 중 화폐는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볼 수 있다. 처음엔 동전으로 그 다음에는 화폐로 이어지며 만, 억, 조 단위까지 점점 올라가며 4학년 1학기 교육과정까지 연계돼 있다. 지금의 부모 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고사리 손으로 직접 10원 단위부터 계산했지만 지금은 화폐 단위 자체도 높아졌고 카드 계산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단순 계산력이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무작정 기본 계산력 책을 암기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생활에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을 학원과 학교에서 교육으로만 배우다 보니 지루하기만 한 수학 과정이 돼버렸다.

물론 부루마블 등의 보드게임이 아니더라도 실물 지폐와 동전을 가지고 아이와 시장보기 놀이 등으로 이를 교육해주는 것은 매우 손쉬운 놀이수학이 될 수 있다. 제시된 금액보다 큰 지폐를 지불해 거스름돈을 계산하거나 제시된 금액을 여러 지폐와 동전의 구성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커가면서 자연스레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어른이 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실제 요즘 아이들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실물 화폐로 계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디지털시계와 스마트폰이 많아지면서 동그란 아날로그시계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과 같은 이치다.

처음부터 무조건 교육적인 부분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아이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후에는 주사위로 덧셈과 뺄셈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구구단과 나눗셈을 적용하는 수순까지 움직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것은 부루마블뿐만 아니라 다른 보드게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외워주면 아이 단순 계산력은 훨씬 편리해진다. 자리에 앉아서 글씨를 쓰고 문제집만 푸는 것에 한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게임

이나 놀이를 하면서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서술형 문제를 푸는데 가장 큰 발화점이라는 것을 놓치는 부모들이 많다. 많은 지식은 책 속에 있지만 그걸 지금 아이들이 전부 알아챌 수는 없다. 말로 풀어내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놀이수학이나 홈스쿨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싼 교재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나 또한 생각치 못한 부루마블을 통해 엄마표 홈스쿨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놀이와 학습의 개념을 부모 스스로가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요해서 가르치기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놀이 자체에서 학습의 개념을 연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부모의 목표 설정과 아이와의 끊임없는 소통은 꼭 필요하다.

홈스쿨의 첫 시작은 아이와의 소통이다. 그리고 가정으로부터의 교육이다. 가족끼리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표 홈스쿨,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다. 지금, 아이 방에 잠들어 있을지 모르는 보드게임을 꺼내 홈스쿨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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