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부터 취미까지 역량 강화 무관 책 수두룩
7일 대출 기한에도 1년 가까이 반납 안해 관리 엉망

시민들에게 열람·대출서비스를 하지 않아 평소 문을 닫아 놓은 청주시의회 의정자료실. /박재원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시민 세금으로 각종 도서를 마련한 청주시의회 '의정자료실'이 일부 시의원과 시청 공무원들의 사적 도서관으로 전락되고 있다.

시의회 사무국에선 매년 의정역량 강화를 위해 별도로 도서 구매 예산을 편성·집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총 800만원을 편성해 도서 310권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원과 사무국 소속 공무원들이 특정한 책을 지목해 사달라고 요구하면 그때마다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시의회 재산으로 의회 건물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의정자료실에 보관하고 있다.

시민 세금으로 도서를 구매했어도 주민들에게 열람이나 대출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단 시의원과 시청 직원들은 가능하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도내 기초의회 도서구매 현황을 분석하면서 "지방의회에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만화책, 요리책 등 의정과 전혀 관련 없는 책을 구매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보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청주시의회 의정자료실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의정과는 관련 없는 소설이나 취미 도서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빨간 머리 앤 두 번째 이야기'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정글만리' '쇼핑몰 성공법' 등이다.

특히 자녀 양육과 관련한 '초등 3, 4학년 공부법' '엄마의 자존감 공부' 등도 포함됐다.

대체로 이 같은 소설이나 에세이 등은 주로 사무국이나 집행부 공무원들이 책 구매를 요구해 빌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 대출 기간도 문제다. 관련 규정에는 대출기간이 7일까지로 정해져 있고 1회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 하나 한 시청 공무원은 지난 2월에 빌려 간 소설책을 현재도 반납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인사 때 의회사무국에서 집행부로 발령받은 한 직원도 3월에 빌려간 장편소설을 반납하지 않고 사유물처럼 보관하고 있다.

야생버섯과 동의보감 등 취미생활에 심취한 시의원을 겨냥한 도서도 다수 구매했다.

'꿀벌과 양봉' '야생버섯도감' '약초에서 건강을 만나다' '원본 동의보감' '한방 산약초 백과' 등이다.

A의원은 이 같은 취미 관련 책 10권을 지난 2월 5일 빌려서 현재까지도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B의원은 에세이 관련 책 3권을 지난해 8월 27일 빌려 간 뒤 반납하지 않고, C의원도 영업과 관련한 책을 지난해 8월 7일 대여한 뒤 아직도 돌려 주지 않고 있다.

대출 현황 분석결과 총 88권 중 대출기간 내에 있는 도서는 17권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책을 빌린 시의원과 시청 공무원들이 반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 세금을 가지고 엉뚱한 책을 구매하고, 사실상 분실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도서 관리를 엉망으로 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의원이나 사무국 공무원들이 책을 사달라고 하면 예산에 맞게 구매한다"며 "대출 규정도 뚜렷하지 않아 구두로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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